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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백| 호우주의보 16

(呼偶)주의보 | 레인버스+느와르


*warning _ roman noir








긴 꿈을 꿨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희미한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으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가 싶었을 땐, 두 발이 바닥으로 당겨지듯 달라 붙는 것이 느껴졌다.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끈적하게 제 신발을 옭아매는 느낌에 찬열이 미간을 찌푸리며 앞을 바라보았으나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서 울고 있는 것은 백현이었다. 그의 생각에는 그랬다. 확실하진 않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확신할 것은 제 발을 묶어둔 감각 뿐. 찬열은 다리를 끌어 올렸다 다시 바닥으로 잡아 당겨지는 힘에 한숨 같은 신음을 뱉어냈다. 거칠어진 숨을 뱉으며 백현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달도 뜨지 않은 밤의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어둠과 이명처럼 퍼지는 울음소리, 그리고 비. 찬열은 제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내질렀다. 이번에도 제 비명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하고 혀 끝을 맴돌 뿐이었다. 

 

“헉..”

 

숨을 내뱉은 찬열이 눈을 떠 하얀 천장을 바라봤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 찬열은 지끈 거리는 두통과 온 몸을 타고 흐르는 듯한 통증에 숨을 삼켰다. 겨우 손 끝을 움직이는 것도 버거웠다. 제 앞에 누군가 서있는 것 같았으나 고개를 돌려 확인할 힘조차 없었다. 

 

그가 다시 눈을 감았을 때 이번에는 다른 꿈 속으로 빠져들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백현의 머리칼 위로 얹어진 커다란 손을 바라보며 조심히 손을 움직여 보았다.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백현이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봤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너는 왜 울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너를 그렇게 슬프게 하는 것일까. 물어보지 못한 것은 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비를 싫어하기 시작했던 순간부터, 너를 원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너는 늘 이렇게 울고 있었던 것 일까. 너를 이렇게 만든 것은, 이번에도 나인 것일까..

 

찬열은 꿈속에서 마저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주지 못했다.      








수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사고 현장 근처에는 목격자가 있을 만한 상가나 CCTV 같은 것도 설치되지 않은 한적한 도로 뿐이었다. 사건의 정황을 확인할 길은 블랙박스 밖에 없었으나 폭발로 망가진 데다 애초에 메모리 카드가 없었다고 했다.

수사를 하면서 확인된 것은 누군가 차량을 일부러 고장 냈다는 것과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빼두었다는 것. 그리고 차가 출발했던 건물 주차장 CCTV를 통해 동수와 찬열,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백현의 말에 의하면 찬열이 중간에 누군가에게 내리라는 말을 했다는 것과 그 당시 구급차를 부른 또 한 사람의 목격자가 뒤늦게 나타나면서 동수가 그의 핸드폰을 빌려 쓰고 구급차를 부르던 그를 기절 시킨 것 까지 확인하게 되었다. 

차에 타고 있던 것이 찬열 한 사람으로 좁혀지고, 그걸 목격한 동수가 그를 데리고 갔다는 정황을 확인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도대체 그가 왜 목격자를 기절 시킨 것인지 왜 찬열을 데리고 간 것인지, 어디로 간 것이지. 왜 저희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지. 

그러나 그 의문들 중 한 가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드러나게 되었다. 준면은 종인에게 동수에 대해 조사하라고 했고, 그가 강서 쪽의 사람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쪽에서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에 대해서 조사하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동수의 행적을 조사하던 종인은 그가 강서 조직에 속해있던 것을 알아냈고 의도적으로 준면의 밑으로 접근한 것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지난번 인천에서 일이 터졌을 때 그는 우연히 그 곳으로 간 것이었지만 아마 기회가 됐더라면 그날 강서 조직원들의 편에 서서 저들에게 맞섰을 것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일이 틀어지며 자신의 신분을 들키지 않으려 몸을 숨긴 것도 그 다음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개새끼..”

 

당연하게도 이 사실은 백현에게는 비밀이었다. 아이는 이제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준면은 그에게 몸이 괜찮아지면 바로 출근을 하라고 했다. 백현을 혼자 두지 않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종인은 생각했다.  




찬열의 집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성철이 백현과 함께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을 했다. 준면은 그에게 자세한 것은 말해주지 않았으나 찬열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언질을 주었고 그동안 사무실에서 몇 번 마주칠 때마다 저에게 인사를 해오던 백현을 잘 알고 있던 성철은 군말 없이 명령을 따랐다. 


“잠깐만..”

 

그를 태워 집으로 돌아가던 성철이 상가 앞으로 차를 세우며 백현을 잠시 바라보더니 차에서 내렸다. 운전석 문이 닫히는 것을 느끼며 백현은 상가 앞으로 시선을 던졌다. 온통 빨간 데코레이션이 가득한 거리와 화려한 불빛들이 눈이 시리도록 찬란했다. 추운 날씨에 서로에게 꼭 붙어 걸어가는 커플들,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사람들. 목도리와 장갑,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의 사이에는 경쾌한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미안. 이것 좀 사오래서-”

 

찬 기운을 내뿜으며 다시 차에 올라탄 성철은 몸을 떨며 으, 춥다. 중얼거렸다. 그는 백현의 앞으로 흔들어 보인 두 개의 박스 중 하나를 뒷 자석으로 내려두고, 나머지 하나를 백현에게 건냈다.

 

“자. 이거는 백현이 너 가져가서 먹어.”

 

백현이 눈을 깜빡이는 동안 성철이 상자를 그의 무릎 위로 내려두고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핸들을 틀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야.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일 하냐고 잔소리가 보통이 아니거든- 어휴. 내 팔자야.”

 

백현은 제 무릎 위에 올려진 작은 아이스 박스를 손 끝으로 매만지며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성철은 아들이 한 명 있는 애 아빠였다. 늘 토끼 같은 마누라와 여우 같은 아들놈이 있다고 말하던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백현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늘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오곤 했다. 


“백현이 너도 우리 집으로 가면 좋은데..”


혼자 집으로 돌아갈 백현이 걱정되던 모양인지 그는 차에 오르기 전부터 자신의 집으로 함께 가는 것은 어떻겠냐, 물었지만 들려오는 답은 뻔했다. 고개를 가로 저은 백현을 바라보며 성철이 에휴..한숨을 삼켰다. 차가 단지 앞에 멈추자 백현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멀어지는 등을 잠시 바라보던 그가 차를 출발 시켰다. 백현은 차의 뒤꽁무니를 잠시 바라보다 제 손에 들린 상자를 내려다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거실 안으로 들어서며 불을 켠 백현이 부엌 식탁 위로 케이크 상자를 내려두고 리본을 풀었다. 그의 동작이 얼마나 느리게 이어졌는지 영화의 슬로우 모션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올려져 있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꺼내 잠시 바라보던 백현이 다시 조심히 상자 안으로 그것을 넣고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냉동실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케이크 상자를 넣어둔 백현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누웠다.


혼자 남겨진 집안은 조용하고 싸늘했다. 처음 그의 집으로 왔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빨리 이곳을 나가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제가 이곳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이제 백현은 제 방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집 안의 어디를 가도 찬열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서있을 것 같은 주방이나, 그가 앉아있을 것 같은 거실 소파. 그가 담배를 태우고 있을 것 같은 베란다. 그러나 지금 이 곳은 그의 집이라는 자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그의 흔적을,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머릿속이 온통 그의 모습으로 가득 찬 저와는 정 반대의 현실에 백현은 눈을 감는 것을 선택했다.  

적어도 그때는, 그가 언젠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올 거라는 것은 알았는데.. 눈을 감고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린 아이의 숨소리가 점점 느려졌다.   







 

빗 속에서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숨을 토해낸 찬열의 시야에 담긴 것은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며 손을 떠는 동수의 얼굴이었다. 제 옆에 앉아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찬열이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그의 얼굴이 지금의 저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병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간호사가 들어왔다 나가는 소리와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소음 뿐이었다. 찬열이 마른 침을 삼키며 동수에게 손을 뻗었다.

 

“물 좀,”

“아. 아.네..”


자신의 말 한마디에도 깜짝 놀란 얼굴로 허둥대는 그가 제 손으로 생수 병을 쥐어 주었다. 그는 지나치게 긴장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형님.”

“김동수.”

“네?”

“이유, 물어봐도 되냐.”


찬열은 자신에게 말을 하려던 동수의 말을 끊으며 그를 바라봤다. 저와 눈이 마주친 얼굴이 굳어졌다 다시 한껏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찬열은 그의 고통을 느꼈다.


“..죄송합니다. 형님..”

 

이유라는 것이 존재할까 애초에 그런 것을 생각하기에 자신이 속한 세계는 이유 없는 죽음이 난무하는 곳이 아니던가, 아마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조직에 들어갔고, 다른 조직에 숨어 지내다 도우라는 명령을 받았을 테고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제 목숨을 담보로 잡고 협박을 했을 것이다. 딱히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이유가 없다면, 자신이 물어야 하는 것은 하나 뿐이다. 이미 저를 살린 것을 보면, 답은 정해져 있을 테지만.. 또 모르는 일이지. 찬열은 동수의 눈을 마주하며 물었다. 


“지금은.”


그의 말에 동수는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시선을 떨어트렸다. 그를 볼 면목이 없어서였다. 그가 당장 저를 죽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텐데.. 그는 오히려 저를 살리지 않았던가, 동수는 찬열의 얼굴을 바라보며 느리게 입술을 달삭였다. 

 

“그들 손에 죽느니, 큰 형님 손에 죽겠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기절한 그를 부축해 걸은 동수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그 자리를 뜬 것도 아무도 모르게 찬열을 병원으로 옮긴 것도 전부 그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제 차를 일부러 고장 낸 것이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은 시점에서 만약 이대로 살아있는 것이 발각된다면 다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차의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비가 오는 날에 운전도 하지 않는 찬열이 저를 차에서 내리게 하고 직접 운전을 했다는 것을 보면 아마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가 저를 살린 것이다. 자신이 배신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순히 자신들의 계획과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를 죽이려 든 사람들과 저와 함께 생사를 함께한 찬열을 두고 저울질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답은 금방 나왔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자 마자 동수는 자신이 이미 오래전에 그 저울질을 끝냈다는 것을 알았다. 동수는 일단 다른 이름으로 찬열을 입원 시킨 뒤, 그의 곁을 지켰다. 제 핸드폰과 찬열의 것을 사고 차량 안으로 던져 넣었으니 당분간은 누구도 저들을 찾지 못할 것이다. 

 

 

 

 


백현의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렸을 때 찬열은 제가 병실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그의 목소리에 답을 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그는 곧바로 검사를 받고 수술에 들어갔다. 차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아스팔트 위를 구른 그의 몸은 여기저기 타박상이 가득했다. 겨울이라 옷이 두꺼웠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는 왼쪽 팔이 골절 되고 오른쪽 무릎과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검사를 진행하고 무릎은 결국 수술에 들어가야 했다. 그의 수술 시간 내내 동수는 복도 의자에 앉아 마른 세수를 했다. 

피가 바짝 마르는 기분을 느꼈다. 동수는 자신을 믿어주던 사람들을 배신하는 일이 얼마나 제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지를 깨달았다. 그는 준면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형님. .. 저 김동수입니다.”

[너 괜찮은 거냐. 지금 어디,]

“찬열 형님이 지금 수술 중이십니다. 사고가..”

[알아. 병원, 어디냐.]

“제 차를 누가 일부러 고장 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저는..”

[김동수. 어디냐고, 말해.]

“김종인한테 제가 강서에서 명령 받고 움직였다고, 조사 하라고 해 주십시오.”

[너.]

“찬열형님 깨어나시면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짧은 통화를 끝으로 수화기를 내려둔 동수가 다시 병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전화를 받은 준면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동수가 배신자라는 사실을 안 것은 정확히 그가 제 조직에 들어온 지 2년 뒤, 준면은 오히려 그를 제 바로 옆에 두는 것으로 그의 동태를 살폈다. 정확히는 그를 쥐고 흔드는 손을 살폈다. 덕분에 강서에서 계획하고 있던 일을 어렴풋이 알았고 계획을 앞당기기 위해 큰 형님께 말씀을 드리고 결국 제가 강남의 관리자 자리에 앉은 것이 모두 계획된 일이었다. 물론, 준면은 스스로 강남 관리자에 앉는 골치 아픈 일을 반기진 않았으나, 어쩌겠는가.. 하라면 해야지.

 

그래도 저번 일을 끝으로 더 이상 강서 쪽에서 말썽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남아있던 조직원들도 완전히 흩어져서 뒷일을 공모할 세력도 없는데다 그들마저 쫓기고 있는 상황이라 방심을 한 탓일까. 일이 틀어지자 동수가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생각해서 죽이려 했던 것인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두 사람이 살아있다는 확인을 받았다는 것. 찬열이 수술 중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 저에게 전화를 할 정신도 없었을 테지.. 준면은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끈질기게 살아남은 박찬열의 운명을 한 번만 더 믿어보기로 했다.

 

“제발.. 살아만 있어라.”

 

이제 너 기다릴 사람 생각도 해야지. 

결국 준면은 종인과 영호에게 동수에 대해 흘렸다. 종인은 펄펄 뛰었고 영호는 말 한마디 없었으나 둘 다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믿고 있었을 테니까.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옮겨졌던 찬열은 깨어나서 잠시 동수와 대화를 나누다 다시 잠이 들었다. 수술과 몸의 통증에 피로감이 몰려오는 듯 했다. 한참 뒤에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 동수가 물었다.

 

“형님. 큰 형님께 연락 드렸습니다. 직접 통화 하시겠습니까?”

“..조금. 있다가. ..얼마나 이러고 있어야 한다고 했냐.”

“일단 수술은 잘 됬다고 하니.. 경과를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찬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생각이 많은 모양이었다. 동수는 그가 혼자 있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지난날의 일들이 가득했다. 동수의 일이나 제 상태보다는 먼저 백현의 일이 떠올랐다. 찬열은 정신이 들자 제 옷 안에 들어있던 물건을 찾았다. 사고 당시 제 몸과 함께 바닥을 굴렀을 케이스의 겉 면은 여기저기 찌그러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으나 안에 들어있는 물건은 다행히 멀쩡한 모양이었다. 동그란 원 안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시계 바늘을 바라보며 찬열은 한숨 같은 숨을 삼켜냈다.


백현은 아마 지금 제가 소울메이트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자신이 제 소울메이트 라는 것을 제가 알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제가 언제부터 알았는지, 왜 알면서 말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한 것이 많을 테고 묻고 싶은 것도 많을 테지. 아마 지금의 저처럼.. 


자신이 백현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언제였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찬열은 언제부턴가 비가 올 때면 그가 가까이 있는 것을 느꼈다. 찬열은 쏟아지는 비를 뒤로 하고 저를 내려다보던 백현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이의 메모장 위로 적힌 단어를 읽어 냈을 때, 빗 속에서 아이의 숨소리를 들었을 때 어렴풋이 느꼈던 것을 확신한 것은, 감기에 걸린 백현이 거실 소파에 앉아 저를 바라보던 날이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던 제 귓가에 색색 거리는 숨소리가 들렸을 때, 찬열은 확신했다. 지금까지 비가 오면 찬열은 제 목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지독한 고요같은 삶을 살았다. 제 소울메이트가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상대이니, 처음으로 빗소리에 소리를 잃은 12년 전 부터 줄곧 그래왔다. 비가 내리면 세상에 남는 것은 오로지 저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 찬열은 백현의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확신했다. 확인했다. 

시야에 온통 백현이 들어찼다. 한참동안 찬열은 손을 떼어내지 못하고 아이의 머리를 매만졌다. 손끝을 떨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을 아마 백현은 몰랐을 것이다. 백현의 숨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빨라졌다. 저 역시도 그랬다.


다만 찬열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아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 피하고 싶었고, 피했다. 도망쳤다는 표현이 아마 맞을 것이다. 제 스스로 늘 다짐하듯 말해오지 않았던가 소울메이트를 찾을 생각이 없다고, 그것이 누구든 그를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고..

 

그래서 모르는 척을 했다. 아닐 거라고, 아니어야 한다고.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처음으로 백현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찬열은 깨달았다. 죽을 뻔한 상황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니면서, 처음으로 두려웠다. 죽는 다는 것이 두려웠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이 비를 혼자 맞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서, 끝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한 멍청한 자신을 탓하며 찬열은 조금, 두려웠다. 

그리고 백현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두려움을 느끼면서, 찬열은 그가 다시 말을 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웠다. 백현이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냈다. 12년 전, 울고 있던 아이에게 다그치듯 소리치던 제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혹시, 혹시, 그가 저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찬열은 그 혹시나 하는 마음을 떨쳐내지 못했다. 사고가 나는 그 순간, 몸의 통증보다 먼저 저를 지배한 것은 두려움이었다.

 

백현이 저 때문에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이의 삶이 저 때문에 빛을 잃어가고 있던 것일까

그가 제 소울메이트여서 그런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은 아닐까 .. 


찬열은 아이의 울음 소리가 이명처럼 귓가에 울리는 것을 느꼈다. 눈을 감고 숨을 가다듬으며 마른 침을 삼킨 찬열의 두 눈이 뿌옇게 흐려졌다. 다시 깨어났을 때부터 그는 온통 그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무릎의 부상은 조금 심각했다. 수술도 예상보다 길어져 걱정을 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하면 팔꿈치의 부상과 팔목 인대가 파열된 것은 아주 경미한 정도에 불과했다. 발목도 심하지 않았지만 인대가 늘어난 상태였다. 오른쪽 다리는 수술 부위의 소독과 붓기 때문에 깁스를 하지 못하는 상태라 움직임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했다. 그의 얼굴이 통증으로 일그러질 때 마다 동수는 불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결국 찬열은 그에게도 나가있으라고 명령을 해야했다. 꼬박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찬열은 준면에게 연락을 취했다. 동수는 그가 수화기를 들자 자리를 피해주었다.

 

[박찬열, 너.]

“늦어서 죄송합니다. 형님.” 

[지금 어디야 임마!]

“저 괜찮습니다. 그보다 형님.”

[어디냐고 이 새끼,]

“형님. 저 당분간 못 돌아갈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몸 추스릴 동안만. ..백현이 좀 부탁 드립니다.”

 

제 목소리에 건너편에서는 한숨을 뱉어내는 것이 들렸다. 아마 그는 눈을 감고 마른 세수를 하며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을 것이라 찬열은 생각하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저를 걱정할 그를 알아서, 제 부탁에 거절을 하지 못할 그를 알아서. 

 

[..너 지금 그걸,]

“..준면이 형. 백현이 .. 좀.. 부탁해.”

 

찬열의 손끝이 떨린 것은 두 번째로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을 때였다. 기다리라고 했는데.. 울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는데. 울지 않을까..정말 저를 기다려줄까. 정말.. 저를 용서해 줄까. 찬열은 수화기를 틀어 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정신을 차리자 마자 떠올랐던 얼굴, 그 목소리. 찬열은 제 손 안에 있는 작은 상자를 바라보며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상자 끝의 뭉툭하게 찌그러진 부분을 손 끝으로 습관처럼 매만지며 말했다.

 

“혼자 두지 말고. 밥 잘 챙겨 먹는지 봐주고.. 형님. .. 그리고.. 백현이 빚..” 


가장 걸리는 것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보았던 백현의 빚. 아마, 그때 그 날조된 서류와 그가 지니지 않아도 될 부채의 액수를 떠올리며 찬열은 말문을 열었으나, 준면은 그의 말을 툭 잘라내며 답했다. 


[미친 새끼. 니 소울메이트를 왜 나한테 부탁하고 있어. 빨리 몸 추스르고 와. 니가 직접해.]


소울메이트라는 단어에 찬열은 손 끝을 멈췄다. 그리고는 아마, 그도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라는 생각을 했다. 백현이 제 소울메이트라는 것도, 그리고 백현의 상황에 대해서도. 


“..네. 금방. 갈 테니까..”

[내가 아니라, 걔가 안돼. 너도 알 거 아니야.]


이어지는 말에 찬열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됐다. 와서 얘기하자. ..필요한 건.]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시간 뿐이라고 찬열은 생각했다. 이런 모습으로 갈 순 없으니까.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내며 준면은 한숨을 삼켰다. 어지간히 모자란 놈. 정도를 모르고 끝까지 모자라게 구는구나 .. 그나저나 백현이 소울메이트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저 뿐이라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인지. 느리게 마른 세수를 한 준면이 수화기를 들었다. 

 

“후.. 영호 밖에 있냐.”

“네. 형님.”

“백현이 아직 병원에 있지.”

“네. 왜 그러십니까 형님?”

“퇴원하면 당분간 사무실 출퇴근 좀 시켜라.”

 

그 뒤로 백현이 성철의 차로 출퇴근을 같이하고, 매일 저녁을 종인과 함께 하고 영호와 수화가 아닌 대화를 하는 동안 찬열과 동수에게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도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백현은 바쁘게 지냈다. 

 



“백현아- 오늘이다! 딱, 한잔만 하자.”

“백현이 너도 이제 성인이네.”

“지금 마셔야지 나중에 형,..”

 

이미 취기가 돌기 시작한 듯 잔을 가득 채워 든 종인이 술이 넘칠 듯 따라진 소주잔을 백현의 앞으로 내려두며 말하다 굳은 듯 멈춰 섰다. 요, 입이 방정이지. 요 입. 제 입을 툭툭 때리며 고개를 돌린 종인이 후- 한숨을 뱉어냈다. 제 속도 말이 아니지만 백현의 속에 비할까, 싶어서 였다. 눈치 하나는 타고 난 종인은 준면을 쿡쿡 찔르며 이미 확인을 끝냈다. 백현이, 걔 작은 형님 소울메이트 입니까? 물론 그는 대답 없이 저를 뻥 걷어차 내보내긴 했지만,

제 촉이라는 것이 그랬다.

 

“근데, 형님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백현이가 찬열 형님 소울메이트 라는 거?”

 

제 질문에 준면은 조금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제 턱을 괴고 말했다. 

 

“아마. 내가 눈썰미가 좋아서 일걸.”

“..네. 쉬십쇼.”

 

잘난 체를 하는 얼굴을 바라보며 꾸벅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 문을 닫고 나왔더랬지.

 


 

술잔을 기울이며 종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크, 술 맛 좋고. 알코올이 퍼지는 기분에 몸을 떨며 제 잔을 다시 채운 종인이 백현의 잔 앞으로 제 잔을 부딪혔다. 짠- 벌써 다섯 번째 건배였으나 말리는 이가 없으니 계속 그 패턴을 반복 중이었다. 

 

“백현이 너는- 술 안 마셔봤지? 이게. 참. 좋아.”

 

크흐- 빠르게 목을 뒤로 젖힌 그를 바라보며 백현은 젓가락을 움직일 뿐이었다. 

 

“잊고 싶은 건 전부 다- 잊게 해준 다니까. 뭐, 물론.”

 

기억해야 할 것도, 잊게 해주지만.. 이어지는 그의 중얼거림은 시끄러운 소음에 묻혀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백현에게는 닿지 않았다. 조금 붉어진 종인의 얼굴과 투명한 소주잔을 바라보며 백현은 눈을 깜빡였다. 잊게 해준다. 얼마나..? 어디까지..? 백현은 또다시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제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은 일곱 살 때 이후로 처음 알았다. 

그러나 백현은 고개를 들어 눈을 깜빡이며 울음을 삼켰다. 울지 말라고 했다. 울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12년 전에도, 저는 그의 말을 잘 듣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이번에도.. 이번에는..백현은 다시 도돌이표 처럼 돌아오는 질문 앞에 저를 던졌다. 이번에는 그가 저를 원망하지 않을까. 그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까.. 왜. 말하지 않았던 것일까. 다시 머릿속에 들어차는 생각을 털어내듯 고개를 흔든 백현이 제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올렸다. 출렁이는 표면을 바라보며 입술 위로 잔을 가져다 댄 그가 목을 뒤로 젖혔다. 알코올 향이 입 안으로 퍼지자 저절로 얼굴이 찌푸러 졌다. 

 

“오오- 원샷! 우리 백현이 남자네.”

 

몸을 떨며 잔을 두 손으로 들고 있던 백현의 앞에서 멋지다! 소리를 내지른 종인이 다시 술병을 들어 잔을 채우는 것을 바라보며 백현은 그의 손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채워지는 술잔을 입술 앞으로 끌어 당기는 것을 반복했다.  

 

“야야, 짠은 하고 마셔! 그래, 짠- 술 잘 마시네- 어때? 쓰지?”

 

킥킥. 소리를 내며 웃은 종인이 연신 백현과 술잔을 부딪히며 짠- 짠-을 외치는 동안 영호의 한숨 소리는 점점 짙어져 갔다. 

 

“백현아아- 너는.. 형님..”

 

밥을 먹는 것인지 술을 마시는 것인지 자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곤이 짙어지던 영호는 결국 술에 취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두 사람이 테이블 위로 턱을 괴고 서로를 바라보는 현 상황을, 제가 무슨 말을 뱉는지도 모르는 종인과 무슨 말을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백현을 바라보며 마른 세수를 했다. 돌겠다. 

 

“형님.. 어디 계신지 모르냐.. 걱정 안..되냐..”

 

아무 말없이 저를 바라보는 백현과 눈을 맞춘 종인이 그의 머리 위로 손을 뻗어 천천히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우리 .. 딱한 백현이. .. 우리 ..딱한 .. 형님..”

 

그 목소리가 얼마나 작은지 옆 테이블에서 대화를 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릴 지경이었다. 결국 두 사람을 들쳐 업고 나온 영호가 백현을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갔다. 

 

“문단속 잘 하고 자.”

 

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휘청이는 몸을 일으키며 신발장을 잡은 백현을 보며 영호가 고개를 저었으나 그마저도 눈치채지 못했다. 

 

술이라는 것이 원래 이런 것인가 백현은 빙빙 도는 시야와 불안정하게 뛰는 심장, 어지러운 머릿속을 털어내듯 고개를 저으며 거실로 들어섰다. 불이 켜지지 않은 까만 어둠 속을 걸어 제 방 문 앞에 다가서던 백현이 고개를 돌려 찬열의 방 문을 잠시 바라봤다.   

 

그의 방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간 백현은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달빛에 의존하며 그의 방을 둘러봤다. 자꾸 목이 메이고 입술이 말랐다. 그의 가느다란 손끝이 찬열의 침대 시트 위로 내려앉았다. 백현은 느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아마 맨정신으로는 하지 못했을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 행동을 멈추지 못한 것은 전부 술 기운 탓이라 치부했다. 

 

침대 위에 몸을 누인 백현이 눈을 깜빡이며 어두운 시야에 적응을 하는 동안 백현은 눈 앞에 보이는 옷장과 거울, 액자 같은 것을 찬찬히 살폈다. 그의 방 안에 어떤 가구가 있었는지 어떤 색의 벽지가 붙어 있었는지 백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던 백현이 몸을 웅크리며 제 무릎을 그러 안았다. 

 

보일러도 장판도 켜지 않은 집은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혼자 남겨진 것이 이렇게 추웠던 적이 또 있을까, 백현은 생각했다. 문득 아주 어릴 적 작은 몸을 끌어안고 숨어있던 옷장 속의 냄새가 떠올랐다. 점점 숨이 가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감은 백현이 고개를 틀어 그의 이불 위로 얼굴을 묻었다.

그의 침대 시트에선 희미하게 그의 향기가 났다. 그가 쓰던 스킨 냄새, 섬유유연제와 가끔 사용하던 향수 향까지.. 그에게서 느끼던 향기가 폐부로 들어오자 백현은 다시 눈을 뜨고 침대 위를 손 끝으로 쓸며 중얼거렸다. 제 손이 떨리는 것이 보였으나 금세 시야가 흐릿해졌다. 

 

“찬.열.. 찬...”

 

종인의 말이 틀리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아마 술에 대한 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전부 잊게 해준다더니.. 전부 잊혀진 다더니. 하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나도 잊게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생생해지기만 한다. 오히려, 더 간절해지기만 한다. 종인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형님.. 어디 계신지 모르냐.. 걱정 안..되냐..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은 제 간절한 마음을,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매일, 매순간 제가 얼마나 그를 걱정하고 있는지. 그는 알지 못하는 걸까. 정말 찬열은.. 알지 못하는 걸까.   

 

“..하아, 하.. 보고 ..하. 흐. 싶. 어.. 보.고 싶어..”

 

울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의 말을 잘 들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어둠 속에 묻힌 작은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적막이 흐르는 집 안을 채우는 유일한 소리는 백현의 울음소리 뿐이었다.  












꿈속에서 그댈 만날수 있다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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