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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백} fairy tale . Ⅲ

3. 그러니까, 팅커벨은 뭐하는 앤데.



요정의 모습은 그들이 보이고자 할 때에만 보인다.








*

백현은 과일 팩을 장바구니에 담으며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비싸. 비싸도 너무 비싸. 자취생인 그가 고기나 술이 아닌 이 비싼 과일을 사는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말했듯이.. 딱 한가지. 

 

“나 왔어..”

“어서와 백현!”

제 앞으로 날아와 손을 흔들며 저보다 제 손에 들린 봉투를 더 반기는 이 요정님 때문.

 

“뭐 사왔어? 찬열이는 오늘 딸기가 먹고싶은데에.”

“딸기 사왔어..”

“오- 배고파.”

주방으로 향한 백현이 봉투 안에서 딸기를 꺼내 싱크대로 향했다. 깨끗하게 닦아 꼭지를 자르고 접시에 담아 화분 옆으로 잘 내려주자 찬열이 접시 위에 앉아 발을 동동 굴렀다.

 

“꺄-”

“많이 먹어라..”

“웅움. 백현이도 줄까?”

“난 괜찮아.. 너 많이 드세요. 요정님.”

“헤헷.”

새빨간 딸기를 두 팔로 끌어안고 입술을 우물우물, 옴뇸뇸 열심히 흡입 중인 찬열의 통통한 볼을 바라보며 백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 요정을 굶길 수는 없잖아 변백현. 스스로에게 변명이라도 하듯 중얼거린 그가 어차피 이제 당분간은 술에 입은커녕 눈도 안 대기로 했으니까 괜찮겠지.. 하며 침대 위로 걸터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과제나 할 참이었다. 백현은 한참 먹느라 정신이 팔려있던 찬열이 조용한 것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부른 배를 끌어안고 접시 안에 누워있는 찬열의 두 눈이 감겨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배가 부르니 졸음이 온 모양이지. 생각하며 얇은 손수건을 그의 위로 올려 주었다. 

 



“야!! 변백현!”

백현은 너무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노트북을 떨어트릴 뻔 했다. 과제를 한다 던 것이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다행이 세훈이 조금 빨리 그걸 낚아 채 다시 침대 위로 올리며 자리를 잡는 것을 보며 심장을 부여잡은 백현이 소리를 지른 종대를 흘겼다. 

 

“아., 진짜 깜짝 놀랐..”

문득 제 방에 익숙한 두 인영을 바라보며 협탁 위로 시선을 돌린 백현은 접시 안에 있을 찬열을 살피며 눈을 굴렸다. 그러나 찬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 뭐하냐 맨날 집에서.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오고. 술 먹자니까?”

“됐, 됐다 그래. 술은 내가 진짜.”

“사왔어 사왔어. 그렇게 고팠냐 말까지 더듬게.” 

저 새끼가 뭐라냐 같은 표정으로 세훈을 흘긴 백현은 제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상을 펴는 둘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 몸을 일으킨 백현은 초록색 병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걸음을 옮기다 슬쩍 화분을 바라봤다. 꽃잎이 안으로 말려 있는 것을 자세히 바라보니 찬열이 그 안으로 몸을 웅크리고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 술 안 마실래.”

“너 진짜 어디 아프냐? 왜 그래. 무섭게.”

“변백현 아닌 거 아니야?”

“둘 다 시끄럽고.. 쫓아내기 전에 조용히 마시다 가라.”

“..헐.”

종대와 세훈이 시킨 치킨만 열심히 먹으며 둘이 술을 따르고 마시는 장면을 마른 침을 삼키며 바라만 보던 백현은 어느새 한 모금만, 한잔만 하며 저도 모르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물론 술이 들어가니 찬열의 시선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와. 인간들은 다 저런가.}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시끄러운 세 사람의 소음에 귀를 틀어 막은 찬열이 꽃잎을 더 제 쪽으로 말며 몸을 웅크렸다. 아우.. 잘 자고 있었는데. 체리 먹는 꿈도 꿨는데..!


“야, 근데 이건 뭐냐. 왠 화분?”

“너 이런 취미 있었냐.”

“야야, 만지지마-”

종대의 손을 몸으로 막으며 쓰읍- 소리를 낸 백현이 뒷짐을 지고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 왜. 구경 좀 하자.”

“부정타. 우리 찬열이가 얼마나 예민한데.”

“..찬열이가 누군데?”

“어? 어,있어. 화분.. 주인.”

헉. 저도 모르게 찬열의 이름을 뱉어낸 백현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식은땀이 흐를 것 같아 서둘러 고개를 테이블 위로 술, 술먹어야지. 뻗뻗한 걸음으로 움직였다. 저를 뒤따라 옆으로 앉은 종대가 저를 흘겨보았으나 서둘러 술잔을 들고 술을 따르는 저를 보며 모르는 척 넘어가 주었다. 문제는, 혼자 과자를 집어 먹으며 앉아 있던 세훈이었다. 그는 과자를 아작 소리를 내며 씹더니 툭- 던지듯 물었다.


“너 동거 하냐.”

“켁.”

“와씨, 방금 정곡 찔린 표정이었는데?”

“너 애인 생겼냐? 말을 하지. 새꺄-”

“애인 아니거든.”

“아니면, 연인?”

“..하. 닥치고 술이나 마셔.”

애인이라니.. 누가. 찬열이가? 그 요정님이? 아니, 요정이랑 인간이랑 사귀는게 말이.. 아니 그것보다 일단 사이즈가..아니 일단. 내가 이런 생각을 왜 하고 있는거지! 어휴.. 낮은 한숨을 뱉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애인이면 얼마나 좋게, 연애는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구만.. 휘성형이 그랬는데..연애는 하니.. 아니오 8ㅅ8 ..


“누군데. 썸 타냐? 화분 선물로 줬어? 이상한 애 아니냐.”

“으씨.. 우리 찬열이 이상한 애 아니거든.”

“그니까 누구냐고, 사진 있냐?”

“없어.”

“우리 학교 애 아니야? sns 안 해?”

“아우 왜 이렇게들 관심이 많은지,”

“야, 그거야. 니가 연애 고-읍.읍.”

종대의 입을 손으로 틀어 막은 백현이 눈을 흘기며 낮게 경고했다. 닥치지 않으면 진짜 쫓아내는 수가 있다. 그것도 빨가벗겨서. 알았으니까 손 치워. 짜다고 새꺄!

 

“너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찬열이.. 요정이야.”

그래 아마 이때 백현은 반쯤 기억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알코올쓰레기면서 술 마시는 건 도대체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뭐.. 요정 패티쉬냐.. 쓰레기야..”

“아 김종대 쓰레기 새끼야.. 그런 거 아니라고.”

“나 아무래두 요정 인가봐요. 팅커벨.”

세훈이 정말 쓰레기를 봤다는 표정으로 종대의 머리를 툭 내리쳤다.  

“..나가.”

“김고은이 이런 기분 이었겠구나.”

“병신.”


“팅커벨이 누군데?!”

.. 여기서 니가 왜 나와 박찬열?

“아, 깜짝이야.”

“.. 누구세요?”

“야 방금 누구 목소리 들리지 않았냐?”

“아니? 못 들었는데.”

백현은 짐짓 모르는 척을 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으나 백현의 어깨 위로 내려 앉은 찬열이 그의 얼굴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백현아! 내 목소리 안 들려? 팅커벨이 누구냐고!” 

종대와 세훈의 시선이 찬열에게 콕 박혔다는 것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헐. 대박. 팅커벨이다.”

“미친.”

백현은 허허.. 넋이 나간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너희도 보이는 구나? 우리 사고뭉치 요정님이..











꿈속에서 그댈 만날수 있다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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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백} fairy tale .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