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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백} fairy tale .Ⅱ

2. 인간은 너무해



요정을 믿나요? 그들은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

주말 아침, 백현은 요정의 목소리를 알람 삼아 눈을 뜬다. 찬열이 제 베개 위로 내려앉아 쫑알쫑알 거리는 목소리는 종소리 같기도 하고, 구슬이 굴러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아무튼, ..시끄럽다.

 

{백현아아- 밖에 날씨 완전 좋아!}

베개 위에서 쿵쿵 뛰며 창 밖을 바라보던 요정, 찬열은 미동 없는 백현의 볼 위를 쿡쿡 찌르다 그의 얼굴 위로 기어 올랐다. 

 

“백현아아- 야, 인간! 일어나-”

이래도 안 일어나나~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 손을 뻗었을 때, 탁. 백현의 손이 매섭게 날아왔다. 찬열은 서둘러 그의 손을 피하다 베개 위로 굴러 떨어졌다. 엄마. 심장아.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진 찬열이 벌렁벌렁 뛰는 제 심장을 부여 잡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백현의 손은 찬열이 아닌 백현 본인의 얼굴을 탁. 내리쳤다. 잠결에도 제가 찬열을 때렸을까 놀라 잠이 확 달아난 백현이 서둘러 그를 돌아보자 찬열은 베개 위에 발라당 누워 버둥거리다 벌떡 일어섰다.

 

“백현이 나빠!”

“아. 아니. 찬열아 그게 아니라- 잠결에 나도 모르게.”

사실 맞은 건 제 얼굴이나, 때린 것도 저였기에 사과를 하며 찬열의 뒤를 쫓았으나 백현은 잠에 취해 자신이 왜 일어나자마자 사과를 하고 있나 싶었다. 


{몰라, 미워! 나 삐질거야!}

물론 요정의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는 백현이었지만 삐쳐서 등을 돌리고 화분으로 날아가는 등과 그 등 뒤에 반짝이는 가루를 폴폴 날리며 파닥-이는 날개를 보며 백현은 홀린 듯 협탁 앞으로 몸을 쭈그리고 앉아 기웃거렸다. 


“진짜 실수야. 실수. ..블루베리 줄까?”

{흠..}

“요정어로 얘기하면 나 못 알아들어.”

찬열은 요정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를 섞어서 사용한다. 아마 생각이라는 걸 거치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는 모양이다. 

그런 제 말에 잠시 저를 휙- 째려보더니. 눈을 내리 깔고 손을 꼼지락거린다. 스스로 생각해도 민망한 부탁을 하려는 모양이다.


“블루베리 말고. 체리..”

백현은 끙..소리를 내며 찬열을 바라봤다. 며칠 전에 케이크 위에 올려진 체리를 맛보더니 그 뒤로는 틈만 나면 체리 타령을 하는 요정님을 보며 백현은 콧김을 뿜어냈다. 그 비싼 걸 나보고 어떻게 사오라고.. 대학교 근처에서 혼자 자취를 하며 살고 있는 백현에게 과일은 사실 엄청난 사치였다. 그래도 찬열이 먹을게 과일 뿐이라 매번 준비를 하긴 했지만, 이미 주머니가 탈탈 털린지 오래다. .. 거지라는 소리다.

 

“요정님.. 체리는 너무하지 않소?”

“힣. 역시 그런가?”

끙.. 앓은 소리를 내며 말을 흘리니 슬쩍 저를 돌아본 요정 찬열은 쿨하게 제 지나침을 인정하고 그럼 블루베리로 부탁해. 백현. 하며 그를 올려다봤다. 

“네네- 알겠습니다. 어이쿠.”

백현은 찬열을 제 어깨 위로 올리고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했다. 냉동실 문을 열자 찬열이 기대에 찬 눈을 반짝거리며 백현의 어깨 위에서 콩콩 뛰었다. 블루베리가 담긴 봉지를 들어 올리자 오우- 차가워. 백현 대신 말을 뱉어낸 것도 찬열이었다. 

이것도 다 지난번에 희정인가 희연인가 하는 애가 사다 둔 거다. 제 자취 방이 오세훈,김종대,도경수를 비롯해서 그 떨거지들도 자주 들락거리는 만남의 광장 급이기 때문이다. 그때 무슨 타르트인지 뭔지를 만든다고 온 주방을 난장판을 만들어둔 걸 생각하면 아직도 열이 받으니까 제가, 아니 요정님이 다 먹어도 별 말은 못할 거다. 물론 기억도 못할테고,


요정인 찬열은 인간들이 먹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 나도 요정은 처음보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백현은 그날도 배가 고프다는 찬열을 어깨에 앉히고 냉장고 안을 뒤적거렸으나 혼자 사는 자취생의 냉장고 안에 요정이 먹을만한 것이 들어있을 리가 없었다. 

그때, 백현은 딸기쨈 병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과일은 먹지 않을까? 그때부터 잘못된 거였다... 그 뒤로 찬열에게 줄 과일 값으로 제 식비가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백현은 지금, 과거의 변백현을 매우 치고 싶었다. 학기 중에는 주말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전부인 백현이 시간을 늘려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면 말 다했지.


어쨋든, 그렇게 아침을 먹고 기분이 풀린 찬열은 여느 때처럼 백현과 베란다에 함께 앉아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봄 날씨는 찬열 뿐만 아니라 백현의 마음도 평온하게 만들었다.

식물의 광합성을 위해 하루에 한 번 화분을 베란다에 내다 두는 백현이었으나 주말이면 이렇게 둘이 베란다에 나와 창밖을 바라보는 것으로 산책을 대신했다. 사실 백현은 집돌이고 찬열은 화분에서 멀리 떨어지려 하지 않아서 였지만.


“날씨 진짜 좋다- 그치.”

“그러게. 밖에 나가면 더 좋겠다.”

백현이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심결에 말했다. 눈을 감고 햇빛을 받으며 누워있던 그는 당연히 찬열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 밖에..”

찬열은 잠시 창문 밖의 하늘과 화분 위로 슥슥- 시선을 번갈아 바라보며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얘-화분-도 밖에 있는 거 좋아하는데.. 뒤늦게 그 말을 들은 백현이 울적해진 그의 표정에 서둘러 화제를 전환했으나 그의 기분은 환기 시키지 못했다.


결국 백현은 이번에도 -또- 항복을 선언했다.


내가 무슨 .. 레옹도 아니고. 화분 들고 뭐하는 짓이냐 생각이 든 것은 30분 전이었으며, 10분 전에는 혼자 허공에 대고 얘기하는 미친놈이다 라는 시선도 받아야 했으나.


“완—전 죠아!!!! 백현이 최고야!!!”

화분 위, 풀과 꽃잎 사이를 오가며 기뻐하는 찬열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래.. 뭐. 이게 뭐 어렵다고.. 화분을 들고 공원을 걷고 있는 것이 현재의 백현이었다. 


“와핫! 저거 봐 백현! 꽃 완전 예쁘다! 그치-”

씨-익, 입이 찢어져라 웃는 작은 요정님의 온 몸이 햇빛을 받아 반짝 반짝 빛이 났다.


“응. 예쁘네-”

봄의 햇살도, 푸른 하늘도. 여린 꽃잎과 향긋한 꽃 내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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