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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_ 외전 : Marry Him!

숲과 나무

 

 


 

 바이올린 소리가 적막을 깨우듯 울렸다. 이어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피아노의 선율이 어우러졌다. 벌써 두 번째 연주였다. 하객들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시간을 확인하거나 서로 담소를 나누며 조용한 소란을 피우는 중이었다. 

 

 아치 위로 둘러진 하얀 천이 바람에 흩날리며 꽃잎이 떨어졌다. 버진로드 위로 떨어진 꽃잎이 살랑살랑 제 몸을 흔드는 바람에 몸을 맡긴채 움직였다. 하객들 사이에 앉아있던 종인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둘 그에게로 달라붙었다.

 

“내가 가볼게.”

민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죽을 것 같아.”

“긴장하지마.”

“넘어지면 어떻게? 나 진짜, 어떻게 박찬열!”

 찬열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제 손을 마주 잡는 백현을 보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당신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아니. 놀리는 거 아니야. 누구 신랑인지- 귀여워서 그러지.”

“아 정말..”

 이거 봐. 놀리는 거 맞잖아. 백현은 발을 동동 구르며 찬열을 밉지 않게 흘겼다. 분명, 우리 결혼식은 가족끼리 조촐하게.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박찬열? 백현은 제 앞으로 펼쳐진 버진로드 양 쪽으로 늘어선 꽃과 화려한 조명, 자리를 꽉 채운 하객들 그 끝에 보이는 어디서 누가 뽑아왔는지 모르겠는 아치 위로 펄럭이는 하얀 천과 휘날리는 리본 위로 시야를 움직이며 심호흡을 하기 바빴다. 

 야외 웨딩 치고는 과하다 싶을 정도인 식 분위기는 사실 백현과 찬열을 뺀 나머지-매우중요- 사람들의 의견을 99% 반영한 것이었다. 아, 남은1%는 백현이나 찬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양가 어른들과 가족들의 의견이 100%중 99%, 그리고 나머지 1%는 자연. 오늘 날씨가 정말 끝내줬거든. 그러니 백현이 자신의 결혼식에 입장도 하지 못하고 떨고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형. 결혼 안 할거야? 지금이라도 포기할래?”

“김종인!”

“왜? 난 진짜 지금 포기해도 괜찮은데.”

“김종인.”

“아 몰라. 입장 안 할 거면 이 반지 내가 가져다 팔아버릴 거야.”

 백현은 멀어지는 종인의 등을 바라보며 화를 참으려는 듯 후- 한숨을 뱉어냈다.가족들과의 결혼식. 양가 식구들이 다같이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하지 못했는데, 종인의 얼굴을 마주하니 백현은 다시 과거의 자신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형 결혼식은 우리가 준비 할게.”

“정말?”

“그래 백현이 너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마.”

“뭐..그래주면 나야 고맙지만.”

 그래. 어쩌면 그들에게 결혼을 전부 맡긴 제 잘못이 가장 크다는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스몰 웨딩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빅(bi—g)해진 야외 결혼식은 백현이 곧 기절해도 이해가 갈 만큼 화려했다. 그의 눈썹이 아래로 축 쳐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찬열은 그의 손등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걱정마. 넘어지면 내가 잡아줄게. ..그래도 넘어지면, 나도 같이 넘어지고.”

“아..정말. 당신을 누가 이기겠어.”

“아마. 변백현이 이기겠지.”

“누군지 참 부럽네.”

“있어. 귀엽고 예쁜 내 신랑.”

 제 잇새로 잘근잘근 씹히고 있는 아랫 입술 위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입을 맞춘 찬열과 눈을 마주한 백현이 옅은 한숨을 뱉어냈다. 그래, 화려해봐야 결혼식이지. 하객이 많아봐야 이제 내 가족이 될 사람들이다. 그래. 이 사람이 내 옆에 있는데 두려울 건 또 뭐야. 늘 그렇듯 중요한 순간에는 무섭도록 차분해지는 백현은 심호흡을 하며 찬열의 손을 꽉 마주 잡았다.

 

 아까부터 두 사람만 기다리던 오케스트라-정말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셔왔다고 했다-연주 소리가 다시 멈췄다. 하객들의 기다림이 계속되는 동안 연주를 하던 연주자들이 입장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 연주를 멈춘 것은 벌써 두 번째였다. 이번에는 진짜 들어가야 했다.


“준비 됐어?”

“응.”

“갈까?”

“가자.”

 찬열과 손을 마주 잡은 백현이 입장 반주에 맞춰 버진로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객들 사이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종인과 준면, 민석을 바라보며 백현은 잠시 코를 찡그렸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바닥에 깔려있던 꽃 잎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반주 소리가 커졌다.

 

 

 

 

 



-

 찬열은 제 넥타이를 고쳐 매며 목을 가다듬었다. 손 끝이 차가워 질만큼 긴장이 되던 탓이다. 거울 앞에 한참을 서있는 그를 지나치며 힐끔 대던 백현이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그의 뒤로 다가섰다.

 

 그의 허리를 그러 안으며 등 위로 뺨을 부비는 행동에 찬열이 손을 내려 그의 팔을 어루만졌다. 

 

“미안. 오래 기다렸어?”

“조금..” 

 백현의 대답에 찬열은 웃으며 그의 팔을 풀어내고 몸을 돌렸다. 저를 올려다보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입술 위로 가볍게 입맞춤을 내린 그가 백현의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었다. 

 

“진짜 어떻게 하지. 너무 떨리는데.”

 제 머리칼을 매만지는 손이 그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며 백현이 푸흐-웃음을 뱉어냈다. 놀리지마.. 진짜란 말이야.

 

“놀리는 거 아니야. 그냥, 누구 연인인지- 귀여워서.”

 그의 말에 찬열이 백현의 몸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팔이 제 허리를 감고 제 품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부비는 그의 행동에 찬열은 옅은 웃음을 흘렸다. 


“당신 거잖아.”

 변백현. 찬열은 부드러운 손으로 제 품에 안겨 드는 등을 어루만졌다. 제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있는 애교 없는 애교를 잔뜩 끌어올린 백현이 마냥 고마울 따름이다. 

 



 

 세 사람이 팔짱을 끼고 제 앞에 서자 찬열은 아까의 긴장감이 다시 저를 휘감는 것을 느꼈다. 제 부모님과 외할아버지, 백현의 친부, 하물며 가주에게 백현과의 결혼을 알릴 때도 이렇게 까지 떨리지는 않았는데..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그들의 눈을 바라보기가 무서워 연신 잔 안으로 시선을 떨어트리고 있을 때였다. 찬열은 잔을 기울이며 결심했다. 그래. 그때처럼 하면 되지 않겠어. 할 수 있어.

 


“나 박찬열이랑 결혼 할 거야.”

“켁.”

 사례가 들린 것은 찬열이었다. 켁켁- 기침을 뱉어내는 그를 보며 놀란 백현이 그의 등을 토닥이며 몇 번이나 괜찮냐고 물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민석은 결국 이마를 짚었다.

 

 [Round 1 _ 김민석]

 

“..하. 백현아.”

“괜찮아?”

“응.. 괜찮아. 큼. ..죄송합니다.”

 찬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 등을 토닥이는 손을 잡았다. 제 앞에 앉아 그런 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훑는 세 사람을 발견하고 얼른 다시 손을 놓아야 했지만.. 억울함을 내세우기 보다는 작금의 상황을 잊지 않고 상체를 숙였다.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기 전에 거쳐야 할 단계라고 생각했다. 우선 백현을 끔찍하게 아끼는, 그리고 백현이 꼭 이 소식을 먼저 알리고 싶다던 형제들에게 허락을 받는 것이 백현에게 프로포즈를 한 뒤의 첫 번째 계획이었다.

 

“죄송합니다.. 흠. 후. 저희 결혼 하기로 했습니다. 허락 해 주세요.”

“..”

“민석이 형.. 표정 무서워.”

“하.. 어차피 내가 허락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형제들이 축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이 사람은.”

 백현은 찬열의 발언에 그를 돌아봤다. 찬열에게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제 마음을 헤아리고 먼저 형제들에게 알리자고 말을 해왔던 것이었다. 백현은 저를 향한 그의 배려심과 사랑을 깨달을 때 마다 가슴이 떨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얼굴을 잡고 쪽쪽 입을 맞춰주고 싶을 만큼 예쁜 발언에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 백현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민석은 한숨을 뱉어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의 시선에 찬열이 고개를 돌려 백현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는 백현을 보며 민석이 눈을 감고 의자 위로 등을 기댔다. 

 

“백현이가 선택한 게 당신이라면, 내 허락은 필요 없습니다. 난 저 아이를 믿으니까.”



 [Round 2 _ 김준면]

 

“형..”

“반대는 안돼. 난 형제들한테 축하 받고 싶어.”

 지금 제 정신이야. 라고 말하려던 준면은 백현의 단호한 말에 잠시 말을 멈췄다. 아니 .. 백현아. 형도 말이라는 걸 좀 하면 안 되겠니? 절실하게 저를 바라보는 준면을 보며 백현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돼. 노. 

 

“백현아. 너네 당장 결혼할 만큼 서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많이 좋아해. 형들, 종인이 좋아하는 것 만큼 이 사람도 나한테 소중해졌어.”

 찬열은 백현의 말에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 여기서 감동한 표정을 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을 새도 없었다. 준면은 저를 좋아한다는 말에 잠시 우쭐해졌던 기분이 푸슉-꺼지는 기분에 찬열을 흘끗 바라봤다. 백현을 그에게 완전히 빼앗긴 기분이었다. 아.. 이런 장면을 앞으로 계속 봐야 하나.. 우울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내 말은,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도.”

 

 [Round 3 _ 김종인]

 

“맞아. 형, 지금 당장 결혼 할 필요는 없잖아.”

 

 갑자기 옆에서 맞장구를 치는 종인의 얼굴로 백현의 시선이 옮겨갔다. 아니.. 이렇게 둘이 뭉칠 일이야? 평소에는 둘이 그렇게 싸우면서, 정말.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종인을 바라본 백현이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박찬열이랑 헤어지라는 게 아니잖아. 그냥 결혼은 조금 더 신중하게-”

“그래. 형이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아직 형들도 결혼 안 했고, ”

“그래그래. 우리도 아직 안 했.. 야, 거기서 그 말이 왜 나오냐.”

“뭐. 맞잖아.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백현이 형 결혼은 말도 안된다고.”

“그래 백현아. 솔직히 너 저 집안에서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고.”

“맞아. 나는 형이 그런 취급 받는 건 못 참아.”

“그건..”

“가만히 있어봐요. 박선배는-”

“종인아.”

“후..”

 찬열의 말을 자르던 종인이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한숨을 뱉어냈다. 아 진짜, 이게 아닌데- 형들 약속이랑 다르잖아!! 열심히 민석과 준면을 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분명, 오늘 약속에 나오기 전에 단합을 하기로 했었다. 

 

“난 백현이형 결혼 반대야.”

“오늘 우리 다 부른 게 그거 때문인가?”

“당연하지. 형은 그런 눈치도 없냐?”

“야, 내가 뭘! 백현이가 말 안 했잖아.”

“척하면 척이지. 공항까지 가서 잡아오고. 퇴원하고도 박선배랑 붙어 다니고. 분명 결혼 하겠다고 할 걸? 내 말이 틀린 가 보자 어디.”

“형은 백현이 결혼하겠다고 하면 찬성할거야?”

“..아니.”

 그래 놓고!! 제일 먼저 찬성을 한 민석이나, 거의 절반 쯤 넘어간 준면이 답답한 종인이다. 교제도 아니고 무려 결혼이라는데 이렇게 안일한 대처 진짜 안된다고-!! 답답함에 준면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허락은 절대 안돼! 눈으로 열심히 사인을 주면서.

 

 물론 제가 이런다고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할지는 미지수다. 병원에서 깨어난 백현이 찬열을 찾았을 때,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그를 보는 시선이 어떤지 모른 것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공항까지 가서 그를 잡아왔던 것은 아직도 종인이 생각하는 백현의 한계치를 넘은 행동이었다. 그 정도로 박찬열을 사랑하는 건가.. 조금은 제 마음속에서도 박찬열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도경수가 떠나고 혼자가 되었을 때부터 저 자신을 버리고 살아왔던 백현은 형제들의 보살핌을 받고도 크게 변화가 없었다. 물론 약을 끊고 건강을 회복하며 나아지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술에 의존하고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는 고립된 생활을 했었다. 가족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료를 하고 지내긴 했으나 제 스스로 개선의 의지를 지니지 않는 그였다. 그런 백현이 찬열을 만나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것까지 부정할 정도로 찬열이라는 사람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백현이 저에게 더 소중할 뿐. 더군다나 그의 집안에서 백현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봤고, 백호 가문의 가주가 될 찬열의 옆에서 힘들어질 백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희 가족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그의 가족들이 백현을 소중하게 대해준다고 해도 반대를 할 판에. 힘들게 뻔한데.. 그런 결혼을 백현에게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형제를 빼앗긴다는 질투심이 조금 추가되긴 했지만.. 지금 당장만 해도 그가 좋아 죽으려고 하는 게 눈에 보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난 반대야.”

 물론 억지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제가 이렇게 까지 반대를 하면 백현은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이다.  


“난 찬성.”

 종인은 제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어떤 놈이 다 된 밥에-

?! 

“오세훈 니가 왜 여기있어!”

다들 안녕-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든 세훈이 하하 웃었다. 뭐야 다들 표정 어쩔건데. 

“뭐야.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냐?!”

“너무하네 진짜. 아까부터 있었거든요?!”

그래, 사실 세훈은 아까부터 세 사람과 나란히 앉아 백현과 찬열을 마주하고 있었다. 


“어쩜.. 나는 무슨 내가 투명인간 인줄. 초능력자 된줄!”

“..미안.”


 사실 세훈은 엉겁결에 종인을 따라 나섰다 지금 이 처지가 되었다. 아니, 저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도 끌고 왔으면서..-종인은 반대 표가 하나라도 더 필요했다.- 이렇게 투명인간 취급할 거면 왜 데려온거냐- 따지기도 전에 찬성표를 던져주니 옆에 앉아있던 두 사람의 날선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백현이형이 행복한 거면 다 찬성.”

“..”

 방긋 웃는 얼굴 위를 바라보며 두 사람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야, 저새끼 뭐냐.. 백현이 좋아한다며. 준면이 종인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나도 몰라, 저 멍청한 악어새끼. 바득바득 이를 갈면서도 그의 발언에 차마 욕을 내뱉기엔 그의 웃는 얼굴이 참.. 설명하기 힘든 얼굴이어서 종인은 그저 입술을 삐죽 내미는 걸로 제 불만을 표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걱정 하시는 지 압니다. 저희 집안에서 이 사람 환영하지 않았던 것 알고 있습니다.”

“..그래. 나도 그건 걱정이야. 결혼은 또 다른 문제지. 만날 때도 반대를 하셨는데 결혼은 허락을 하시겠어?”

“아셔야 될 건, 이미 예전에 집에는 허락 받았다는 겁니다. 가문에도 물론, 제가 가주가 되면 백현이는 제 본처로 가문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뭐?”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잖아.. 백현의 시선을 느낀 찬열이 그를 잠시 돌아봤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현 가주와 약조를 한 부분이었다. 제가 가주가 되면 백현은 가주의 본처로, 제 반려로 가문 안에서도 물론 그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가주로서 그것도 안되면 가주에 오를 필요도 없고.




“하-”

 두 사람이 멀어지자 카페 안에 앉아있던 넷은 동시에 한숨을 토해냈다. 애초에 무조건 반대를 외치기엔 이미 적이 너무 강한 상대였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민석은 제 턱을 매만지며 정말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완벽함이 백현을 지키기 위한 무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라는 사실도 간과할 수는 없었다. 

 

“술 사줄까?”

“..비싼걸로.”

 하여튼 새끼, 종인은 세훈의 어깨를 툭 치며 일어섰다. 지금 가장 속이 쓰린 것은 그일 테다. 





“미안. 당신이 말 하려고 한 거 아는데. 나도 긴장했나봐..”

 백현은 이런 면에서 저돌적이다. 꼭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저보다 강해지는 백현을 발견하곤 한다.

 

“사과하지마. 허락도 받았는데.”

 뭐 어쨌든 허락을 받아냈으니 다행이지. 어차피 허락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그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을 테지만, 찬열은 결국 그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웃었다.


“아. 형한테 전화 왔다. 응. 형-”

 찬열은 주차를 하고 벨트를 푸르며 백현을 바라봤다. 전화를 받는 표정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냐 입모양으로 묻는 저를 바라보고도 백현은 제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저을 뿐 이었다. 무슨 안 좋은 말이라도 들은 것인가.   

 

“알겠어. 응. 아니야. 들어가-”

 전화를 끊고 저를 바라보는 백현의 얼굴이 심각해지자 찬열이 덩달아 심각한 표정을 하고 그를 바라봤다. 분명 짧은 시간임에도 무슨 일인지 그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힘들만큼.

 

“민석이형이 아빠한테 말했다구..”

“아.”

어쩐지 쉽게 허락해 주시더라니.. 찬열과 백현이 서로를 마주 보며 다시 한숨을 뱉어냈다.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오늘은.”






 [ Final Round ]


큼..

 

 백현은 형제들을 소파에 쪼르륵 앉히고 미간을 팍 찌푸렸다.

 

“형. 그거 지금 화내는 거야?”

“백현아. 냉장고에 치즈 있던데 그거라도 가져다줄까?”

“어.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당 떨어졌나 해서.”

 부들부들. 백현이 작은 손을 꽉 쥐고 형제들을 째려봤다. 

 

“아니야!”

“할말이 뭔데 백현아. 말을 해야 알지?”

“큼.. 오늘,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어.”

“절대?”

“그래. 절대-”

“흠. 백현이 너 하는 거 봐서.”

“아 진짜 뭐야아- 허락 했으면서!”

 백현이 이렇게 형제들을 붙잡고 부탁-협박-을 하는 이유는 오늘 찬열이 집으로 인사를 드리러 오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이미 허락한 것과 다름없는데 문제는.. 아빠잖아. 제 형제들을 합쳐 놓은 듯한 한 사람. 

 


딩동- 

 

 “제가 나갈게요!”

 백현은 소파에서 후다닥 몸을 일으켜 현관을 열고 뛰쳐나갔다. 그의 뒷 모습을 바라보던 형제들이 동시에 한숨을 뱉어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정원을 가로질러 달려나간 백현이 대문을 열고 익숙한 눈동자를 마주하며 히히 웃었다. 어제보다 더 긴장한 듯 보이는 찬열의 얼굴을 보며 그의 손을 끌어당겼다.

 

“어서와.”

 그의 입술 위로 가볍게 인사 같은 입맞춤을 남기며 웃자 찬열은 허리를 숙이고 백현의 입맞춤을 받았다. 쪽-쪽쪽- 한 번은 아쉬우니까 두 번으로, 두 번이 세 번으로 번지듯 입맞춤을 늘려가던 백현의 행동에도 찬열은 두 손 가득 들린 물건들 덕분에 그를 잡아주지도 떼어내지도 못했다. 그의 입맞춤을 받기만 하던 찬열은 점점 뜨거운 시선에 그를 내려다보던 시선을 돌렸다. 아..


“백현아..뒤에 ..”

“뒤? 힉-”

 찬열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백현은 거실 창가에 달라붙어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서 한걸음 물러섰다. 칫.. 백현이 빨개지는 고개를 숙이며 찬열을 이끌었다. 들어가자..

 

“안녕하십니까. 박찬열입니다.”

“어머 찬열씨 어서와요.”

 현관으로 들어선 찬열은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준면과 민석은 그의 인사에 눈 인사를 했고, 종인은 흥- 몸을 돌려 거실로 향했다. 유일하게 그를 반기는 인물은 백현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그를 거실로 안내하며 제 남편을 불렀다. 여보, 나와 봐요 좀- 그 말에 겨우 몸을 일으킨 남자가 뒤를 돌아 찬열을 바라봤다. 키 합격. 큼, 외모 합격. 큼.. 만난지 1초만에 머릿속의 체크 리스트에 체크, 체크를 하고 계신 아버지였다.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찬열은 두 사람의 앞으로 다시 허리를 숙였다. 백현은 그의 옆으로 서서 그가 사온 물건들을 빼앗아 내려두었다.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무겁게. 그의 말에 어머니가 서둘러 어머 어머 호들갑을 떨자 아버지가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그게 뭐 중요하냐며 우리 백현이를 데려간다는데 저런 선물에 홀라당 넘어갈 줄 알았단 말이야? 흥. 삐친 표정이 역력했다.

 

“아빠. 앉아요?”

“큼. 그래 앉으시게.”

“아빠 얼굴 표정 너무 무서워서 못 앉겠어요.”

“그래요 여보- 얼굴 좀 풀어요.”

“내가 뭐-얼?”

 억울함을 표하며 입을 삐죽인 그를 보며 찬열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가운데 소파에 자리를 잡은 백현의 부모님과 그 양 옆으로 놓인 두 개의 소파 중 , 한 쪽에는 세 형제들이. 나머지 한 쪽에는 찬열과 백현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 사람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세 형제들은 찬열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바빴다. 저들을 만나러 올 때보다 더 긴장이 역력한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있는 것이 보이자 백현이 가볍게 눈을 흘겼다. 


 가벼운 신경전이 계속 되었다. 아버지는 세 형제들이 늘어놓았던 질문들을 다시 되풀이 하며 찬열을 괴롭혔다.-물론 백현의 시선에서- 그러나 티를 내지 않은 것은 찬열이 미리 그에게 절대로 아버지 편에 서야 한다고 언질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결혼 허락은 받았다는 게 사실인가?”

“네. 이미 가문에도 이야기가 끝난 상태입니다. 아버님.”

 



“여보- 식사해요. 박서방 식사해요. 밥 먹고 얘기들 해요-”

 박서방은 무슨 박서방..궁시렁 거리며 찻잔을 기울이던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어머니가 거실로 나와 모두를 이끌고 Dining Room으로 향했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들어요.”

“잘 먹겠습니다. 어머님.”

 테이블에 앉아 훈훈한 인사가 오고 가는 동안에도 아버지의 심기는 이미 뒤틀릴 데로 뒤틀려 있었다. 백현은 일부러 아버지의 앞으로 물 잔을 따라 두고 반찬을 밀어두며 없던 애교를 피우는 중이었다. 

 

“아빠. 이거 좋아하시잖아요. 많이 드세요-”

“그래. 백현아 너도.. 큼.”

 저도 모르게 백현에게 말릴 뻔 한 아버지가 인자한 미소를 다시 지워내며 큼큼. 헛기침을 뱉어냈다. 어머니는 그런 제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돌렸다. 하여튼.. 못 말려. 서로를 챙기기 바쁜 테이블 위의 젓가락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서운한 표정으로 아들들을 째려보니 아버지가 서둘러 어머니의 앞으로 반찬을 밀어두었다. 

 

“여보..많이 드세요.”

“아이고. 늦었네요. 늦었어.”

 백현은 평소의 습관대로 음식을 느리게 입 안으로 밀어 넣고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페이스를 맞출 뿐 정작 제 식사를 챙기는 것이 아닌 그의 행동을 뻔히 알고 있는 찬열이 천천히 그의 밥 공기 위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백현아.”

 나지막이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못이기는 척 다시 수저를 움직이는 백현을 바라보던 형제들의 눈이 찬열에게로 닿았다. 눈에 띄게 늘어난 식사량과 편안한 분위기, 음식을 거부하거나 겨우 못이기는 척 먹고 전부 개워내던 지난 날과는 사뭇 다른 그를 느낀 것은 형제들 뿐만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일들이었다. 소소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으나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일들. 찬열은 백현의 그런 사소하고 소소한 행동들을 고쳐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는 가족들은 당연히 그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자신들에게 소중한 백현을 사랑해주는 사람, 그리고 자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백현이 사랑하는 사람. 결국 가족들은 그를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인정했다. 




 식사를 끝마치고 자리를 정리하는 백현을 바라보며 그의 아버지는 찬열을 불러냈다. 서재로 향하는 둘을 눈치채지 못하고 주방을 정리하던 백현은 한참 뒤에야 발을 동동 구르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불안해 하긴 했으나, 제 아버지가 찬열에게 모진 말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두 사람을 기다리기로 했다. 


“찬열군을 만나면, ..우리 백현이를 구해줘서 고마웠다는 말은 꼭 하고 싶었네.”

“네? 아,. 아닙니다. 전.”

“정말 고맙네. 진심으로.”

찬열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진심을 서툰 인사말로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자네 말대로 그 집안에서 우리 백현이를 받아들인 다면, 그리고 백현이가 원하는 것이 자네라면 나는 두 사람의 앞길을 축복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네.”

 외모나 분위기, 그리고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에게 위압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사실 찬열은 그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느꼈다. 백현의 시선이 저에게 닿을 때, 그가 저에게 미소를 지을 때. 그가 제 옆에 있을 때 느껴지던 시선은 못마땅한 시선이 아닌 걱정과 바램이 담긴 시선이었다는 것을. 

 

 그는 아마, 저와 비슷한 바램을 품고 있을 것이다.  


“우리 백현이가 행복해 진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어.”

“그건 저도 간절하게 염원하는 일입니다.”

 찬열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저를 인정 받는 일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 인지를 깨달았다. 더 이상 떨리거나 두려운 감정은 들지 않았다. 




 진심. 체크, 


합격. 


 





얼마 뒤,

“어머, 사돈- 흰색 너무 잘 받으신다-!”
“어머- 사돈은 어떻게 핑크색도 잘 받으세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꺄르륵 웃는 두 여자의 목소리가 핑크색과 하얀색으로 나뉜 두 무리의 가운데에서 퍼져나갔다. 두 사람의 웨딩 사진이 커다랗게 가슴 위로 박히고, 우리 결혼해요! 오글거리는 멘트가 등 뒤로 커다랗게 박힌 티셔츠를 입은 무리들 사이에서 찬열과 백현은 얼굴을 붉힌 채로 서로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아..부끄러.”

 백현과 찬열은 한국에서 웨딩 촬영만 두 차례를 진행했다. 각각 집에서 원하는 것이 달라 한 번씩 들어주다 보니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결혼식 자체도 가족들 전부 해외로 여행을 가는 걸로 대신하기로 했다. 성당이나 야외 웨딩을 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하고, 간단하게 언약을 주고 받는 것으로 식을 대신하기로 한 것이다. 양가 부모님들은 선택권을 전부 두 사람에게 주었다. 이미 웨딩 촬영을 두차례 하고, 집을 새로 산 것에 있어서 두 사람의 의견을 묵살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결혼식 만큼은 둘의 의견을 들어주자는 것이었다.  

 

 두 집안 사람들이 와글와글 이동하는 내내 백현은 찬열의 팔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찬열은 그 동그란 머리 위를 쓰다듬으며 웃는 것이 전부였다. 저도 부끄러운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백현의 모습을 눈에 담는 것도 바빠 보였다. 물론, 얼마 뒤에 있을 자신들의 성대한 결혼식도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이었다. 

 

 

“준비는.”

“완벽.”

“백현이 형 도망가는 거 아니야?”

“그럼 좋고.”

“흐흐.”

 

머리를 맞댄 네 사람의 웃음 소리가 얼마나 음흉한 지는 자세히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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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포레스트 외전을 너무 오랜만에 들고 온 우주입니다.. ! 사실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라 외전을 작업은 하고 있었는데요. 호우주의보 쓰면서 정말 제가 너무 우울에 물들어서.. 달달하고 예쁜 이야기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네..변명이구요. 외전은 가볍고 즐겁게 봐 주셨으면 하고 올려봅니다~ 

결혼식 장면은 슝 지나가기-.. 허락받는 장면을 외전으로 넣은 것은 포레스트를 쓰면서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족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던 이유였는데..! 어떠셨는지는 모르겠네요. 

 아직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포레스트는 저에게 늘 뜻밖의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댓글 하나 하트 하나에 심장이 뽀짝뽀짝 한답니다! (너무 행복한것!) 그런 저로써 익명의 후원은 정말 깜짝놀랐어요! 익명의 후원자님 감사합니다- 저의 글에 행복하셨다는 마음을 잘 받았어요. 후원을 받고자 글을 쓰는 것이 아닌지라 너무 놀라서 몸이 굳었다늉..;ㅁ; 

 저는 하트와 댓글로도 충분히 마음을 잘 전달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구걸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제 글을 찬찬히 읽어 주시고~ 마음을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에 너무 행복하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서!ㅎㅎ제가 자주 표현을 못하다보니 ㅠ .. 이렇게 또 덧이 길어져 버렸네요.

 + 포레스트는 외전을 하나 더 계획중인데 아마 신혼+육아물일 것 같습니다. 과연..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또 포레스트를 보시면서 궁금하셨던 점들을 질문해 주신다면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연재 중에는 스포가 될까 말을아꼈던 부분이라- 이제는 말할수있다!!..(그리고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뫄....... 어쨌든, 조만간 또 만나요..아윌비백.



꿈속에서 그댈 만날수 있다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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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forest _ 25(clean)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