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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백] 몽마(夢魔) -1-

판타지 흉내내는 안 판타지

 



 


[Candy shop]

Sweets store

address: unconfirmed,

Owner: Oh Sehun, 

Age: unconfirmed, 

gender: Male,

 



 



  딸랑- 


“안녕하.세..”

 

 문에 달린 작은 종이 흔들리며 가게 안을 날아다니듯 퍼져나갔다. 그 경쾌한 종소리를 빼면 소음 하나 없이 조용한 가게 안에 유일한 소음이 된 백현이 눈을 도륵 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습관처럼 내뱉은 제 인사를 받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눈치챈 그가 고개를 돌려 가게 안을 둘러봤다. 

 

“어...아무도.. 안 계신가?”

 

 달콤한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하는 작은 가게 안은 여기저기 선반 위와 진열대 가득 유리병 안으로 알록달록한 사탕들이 가득 담겨 반짝 반짝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동화에나 나올 법한 가게라는 것이 제 첫 감상이었다. 

향기 만큼이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오색찬란한 유리 구슬 같은 사탕들이 각자의 존재를 뽐내며 손님을 맞이했다. 저도 모르게 진열대를 훑어보던 백현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만들어낸 제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라 시선을 떼어냈다. 

 

“저기.. 아무도 안계세요? 음.. 이따 다시 올까.”

 

 손 안에 들려있던 바구니를 잠시 내려다본 백현이 중얼중얼 혼잣말을 뱉어냈다. 다시 고개를 돌려 파스텔 톤의 가게 안을 잠시 바라보던 그가 몸을 돌렸을 때, 

 

 무언가를 밟은 듯한 느낌에 서둘러 고개를 돌린 백현은 제 발 밑으로 밟힌 것이 제 뒤에 서있던 남자의 구두 인 것을 깨닫고 뛰듯이 뒤로 물러서며 사과의 말을 뱉어냈다. 

 

“엄마야! 아, !..죄,죄송해요. 괜찮,으신가요?”

 

 제가 밟은 그의 발과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백현은 그림 같은 얼굴을 마주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아.”

 

 이 동화 같은 사탕 가게 안에 등장한 그림 같은 남자라니.. 손님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방금전까지 제가 찾던 가게 주인을 다시 떠올렸다. 


“아, 그. 저기 지금, 가게 주인 분이 안 계신..”

“난데? 가게 주인.”

“아….”


 백현은 그의 말에 잠시 벙찐 듯 그의 얼굴에서 가게 안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이 벽지와 천장으로 시작해서 유리병 위로 묶여있는 작은 리본까지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함이 넘치는 동화 같은 가게의 주인으로 그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던 탓이다.  

 제 반응에 남자는 그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제게서 한걸음 물러섰다. 아, 실례되는 행동이었네. 백현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저는 그러니까..! 앞에, 새로 오픈한 꽃집 주인인데요!”

“..”

“이, 이거. 드리려고..”


 백현은 그의 앞으로 정성스럽게 준비한 작은 꽃다발과 잘 포장된 봉투를 내밀었다. 

본래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었다. 

 






-

 작은 동네, 골목과 골목 사이가 교차하는 삼거리 코너에 위치한 플라워 스토어 [ristòro]는 오픈을 하루 앞두고 있었다. 무작정 open은 봄! 이라고 정해두고 준비를 시작 한 것이 몇 개월 전 일이었다. 이제 오픈 준비 막바지에 이르러 가게의 인테리어부터 사소한 물건들의 배치와 포장지와 리본의 구비까지 거의 모든 것이 끝나있는 상태였다. 

 꽃을 시작한 것은 겨우 2년 전의 일, 제가 처음 꽃을 접했을 때는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어느새 저는 꽃집 주인이 되어있었다. 

 

“백현아.”

“선생님-”

아직 저 혼자 분주하게 움직이던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인기척에 백현의 고개가 문 쪽으로 틀어졌다. 

“준비 잘 돼가? 음. 진짜 잘 해놨네.”

“네. 선생님 덕분에요.”

“뭐야. 뭐야. 도와주러 오긴 했지만, 칭찬해주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네.”


 밝게 웃는 얼굴을 마주하며 따라 웃은 백현은 그녀에게 차부터 권했다. 일단 숨 좀 돌리세요. 제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안착했다.

 

“클라스도 하려고?”

“아뇨.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왜? 너 소질 있다니까.”

“너무 어려워요..”

“어렵긴- 나 같은 사람도 하는데.”

“선생님은 잘 가르치시잖아요.”

“오늘 우리 백현이가 고래를 춤추게 만드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문화 센터에서 시작한 기타 취미반 클라스가 끝나고 나오던 제가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그녀와 부딪힌 것이 첫 만남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아아. 괜찮아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던 두 사람이 부딪히고 빠른 사과를 끝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간 두 사람은 얼마 뒤 다시 마주쳤다. 두 개의 클라스가 끝나는 시간이 정확히 같았던 탓이다. 

 그녀는 꽃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다. 밝은 목소리와 해사한 웃음이 어울리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퍽이나 꽃과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 안으로 화병을 들고 올라선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며 백현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이 시간에 끝나죠. 기타. 취미반?”

“네.. 취미반이요.”


 제 등 뒤로 매어져 있던 기타를 슬쩍 가리키며 묻는 목소리엔 웃음기가 묻어 나는 사람이었다. 지내고 보면 그녀는 항상 그렇게 밝은 얼굴과 목소리를 뽐내는 밝은 사람이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짐이 하나 가득인 그녀의 팔을 내려다보며 물었을 때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차까지만 부탁드려요-”


 주차장에 내려 화병을 들어 올린 백현은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녀와 마주친 것은 겨우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횟수이긴 했으나 그녀의 얼굴 위로 떠오르는 힘든 얼굴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 탓이었다.


“감사해요. 이건 답례. 여자친구한테 선물해요-”

“아. 아니, 이런 거 받으려고 도와드린게.”


 여자친구가 없는데요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손사래를 치는 저를 바라보며 어깨를 팡팡 두드린 그녀가 넣어둬요- 하고 돌아서는 것을 바라보며 백현은 눈을 깜박였다. 

 


 그 뒤로 꽃을 배우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다. 

 

“선생님. 이거 어때요?”

“어. 어울린다! 완전,”


 제 가게도 아닌데 하나하나 신경을 써주는 그녀의 성품은 그때와 변함없이 맑고 경쾌했다. 처음 꽃을 배우기로 했을 땐 문화 센터가 아닌 그녀의 가게로 찾아 갔을 때였다. 클라스에는 대부분이 여자였기 때문에 수업을 듣기 망설였던 탓이었다. 

 

 꽃을 배운 이유는 간단했다. 저도 그녀처럼 밝고 경쾌해지고 싶었달까.. 

실제로 그녀는 무거운 화병이나 물이 가득한 바스켓을 들고도 한번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을 정도로 제 일을 사랑하는 여성이었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제 일을 사랑하는 것인지, 그저 꽃을 사랑하는 것인지는 몰랐으나. 

 백현은 그 모습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 뒤로 그녀에게서 배우던 수업이 정규 수업으로 이어지고, 자격증을 공부하며 가게를 열 생각까지 하는 데에는 꼬박 2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백현은 지금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 


“백현아. 저녁 살 거지?”

“당연하죠. 선생님- 절 뭘로 보시고.”

“오예- 비싼 거 먹어야지.”

“..좀 봐주세요.”


 저를 놀리며 꺄륵- 장난 섞인 얼굴을 하던 그녀가 화분 위로 세무 끈을 한 바퀴 둘러 묶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어제부터 준비한 개업 인사를 시작한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근처 가게들과 상인들에게 돌릴 꽃다발과 간단하게 준비한 간식거리를 전부 챙겨 담은 바구니를 들고 골목 골목을 누볐다. 

 원두 향이 골목 전체로 퍼져 나오던 카페와 가판 앞으로 책을 빼어두며 제 인사에 놀란 듯 감사 를 표하던 서점 사장님, 독특한 소품을 파는 인테리러 소품 가게, 빈티지한 느낌의 옷가게와 음반 가게, 빵집과 신발 가게, 밥집과 화실, 다시 카페를 돌아 골목 끝까지 움직이던 하루가 빠르게 흘러갔다. 

바구니 안으로 준비한 인사 선물이 몇 남지 않았을 때가 되었을 때는 어느새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시간이 되어있었다. 허리를 펴고 이마 위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대충 정리하며 백현은 골목 끝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얀 색의 간판 위로 크게 써져 있는 candy shop이라는 단어와 민트 색의 기둥을 바라보던 그는 큰 유리창 앞으로 다가서며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가게 안을 두리번거렸다. 보기만 해도 달아 보이는 색감들이 시야를 잡아 끌었다. 

이런데 사탕 가게가 있었나.. 가게 오픈 준비가 한창이던 때에 줄기차게 드나들던 골목길이었다. 분명, 이 길목을 지나간 적도 수없이 많았을 것인데.. 이 파스텔 톤의 가게를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인가. 동화에 나올법한 외관을 바라보던 백현이 바구니를 고쳐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

[ristòro]

 flower store

address: 붉은 담 골목, 21-5 삼거리 코너에 위치,

Owner: 변백현, 

Age: 27, 

gender: Male,

 







 남자가 가리킨 손 끝은 며칠 전 오픈 준비로 바빴던 꽃 집이 있었다. 커다란 창문을 막아서 듯 앞으로 늘어놓은 크고 작은 화분들과 바스켓 가득 담긴 색색깔의 절화(切花)들, 푸른 잎사귀와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부터 파스텔 톤의 작고 귀여운 꽃들까지 온갖 모양새와 향기를 뽐내며 앞다투어 눈길을 사로잡는 flower store.


“이웃이니까 앞으로 자주 뵐 것 같아서요.”

“고맙네. 여기까지 챙겨줄 줄은 몰랐는데..”


 세훈은 제 앞으로 내밀어진 꽃다발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네? 당연히 챙겨야죠. 조금 전엔 죄송했어요..”

“당연히라..”


 꽃다발 위로 코를 가까이 가져다 대며 조용히 읊조린 제 목소리는 듣지 못한 모양인지 남자는 목적을 마쳤다는 듯 다시 고개를 꾸벅 숙이며 돌아설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명백하게 읽히는 동작을 빤히 내려다보던 세훈이 그의 까만 뒤통수 위를 쫓아 시선을 움직였다. 


“그럼, 전 이만.. 다음에 봬요.”

“..기다려.”


 제 예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둘러 가게 안을 빠져나가려는 발걸음에 제 손에 들린 꽃다발을 한번 더 내려다본 세훈이 그를 불러 세웠다. 


“?”


 진열대 위에 올려두었던 작은 봉투를 집어 건내자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올려다봤다. 


“답례. 당신이 가져다준 꽃, 마음에 들었거든.”

“네? 아. 아니에요. 답례라니.. 그건, 그냥. 제가 드리려고-”

“받아. 세상에 공짜는 없어. 받았으면 값을 치러야지.”

“아..”

“아마, 도움이 될 거야.”


 사탕이? 갸웃 기울어지는 고개를 보며 세훈이 입술 끝을 올렸다. 그런 제 시선에 도르륵 소리가 날 듯 시선을 굴리던 남자는 저를 내려다보는 시선에 머뭇거리며 손을 내밀어 작은 사탕 봉지를 받아 들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품 안에 안아 든 꽃다발을 들고 웃으며 가게를 빠져나가는 손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백현이 후- 짧은 숨을 뱉어냈다. 오전부터 쏟아지듯 들어온 손님에 정신이 없던 참에 드디어 잠깐의 브레이크 타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피로감은 아침부터 몰려든 손님들의 탓이 아니었다. 물론, 제 앞에 놓인 바스켓 가득 담겨있는 꽃들의 탓은 더더욱 아니고..

 이건, 전부. 근 한달째 이어지는 악몽의 탓이 크다. 

 

 가게로 출근 한 뒤 10분도 앉아있지 못했던 다리가 떨려오는 기분에 의자로 안착한 그가 지끈거리는 두통에 이마 위로 손을 올리다 초록빛이 묻어 나는 손을 발견하고 다시 앞치마 위로 손을 내렸다. 씻어야겠네..

 

“잇차..”

 

 작게 효과음을 뱉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뒤쪽 카운터로 다가서 수도꼭지를 돌렸다. 요즘 잠만 들면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는 탓에 백현은 오픈 준비로 바빠진 몸을 침대에 뉘이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잠이 드는 것 자체가 두려웠던 탓이었다. 


피로함에 어렵사리 잠자리에 들어도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거나 눈을 뜨자마자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악몽은 저를 괴롭게 만들기 충분했다. 


악몽을 꾸는 것 이상으로, 잠이 부족한 탓에 오픈 준비로 바빴던 몸은 한계점에 도달해 있었다. 틈만 나면 꾸벅꾸벅 조는 것이 몇 번 째인지 알 수 없었다. 


 이제 가게를 오픈 한지 겨우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는데 제 인상이 졸고 있는 꽃 집 사장이 되지 않기 위해 앉아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서서 일을 하다보면 잠이 들 때 쯤에는 거의 기절하듯 꿈도 꾸지 않고 잠에 들 수 있었다는 것이 제가 이렇게 일을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긴 했지만.. 

 

 차가운 물에 손을 씻어내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긴 실루엣이 스치듯 지나치는 것이 보였다. 어.. 저 사람, 사탕 가게 주인이네.

수건 위로 물기를 비벼 닦고 물기가 튄 앞치마를 털어낸 백현이 가게 앞으로 다가섰을 때는 이미 그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뒤였다. 

 

“흐응..”

 

 주머니 속으로 손을 찔러 넣은 백현은 손 끝에 닿는 것을 무심결에 꺼내 들었다. 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겨우 두 개 남은 사탕 봉지를 끄집어낸 백현이 그의 모습을 찾듯 다시 고개를 들어 골목 안을 주시했다. 긴 실루엣을 다시 떠올렸으나 그의 모습은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키도 키거니와 완전.. 모델같이 생겼는데 그런 예쁘고 알록달록한 사탕 가게 주인이라니.. 아직도 그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았지만 깊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한 백현이 가볍게 머리를 털어냈다. 


제 손 안에 들린 사탕 봉지를 내려다 보며 마침 잠이 쏟아지던 참이었는데 잘 됐지 뭐. 노란 빛의 비닐 껍질을 비틀었다. 연한 민트 색의 작은 알갱이가 서둘러 모습을 드러냈다. 투명한 유리 구슬처럼 반질반질한 사탕 알갱이를 입 속으로 밀어 넣자, 입 안으로 단 내음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맛있다.”

 

 평소 군것질을 잘 하지 않는 편이던 그는 오랜만에 느끼는 달달한 사탕 내음에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직접 만든 걸까. 사탕 봉지를 요리조리 살피던 백현이 딸랑-이는 방울 소리에 반응하듯 고개를 틀었을 때, 그의 손에서 빠져나온 사탕 봉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서오세요.”

 

 그날 밤, 백현은 오랜만에 악몽을 꾸지 않고 깊게 잠들 수 있었다. 

심지어는 물 속을 헤엄치며 수영하는 고래가 되는 꿈도 꿀 정도였으니, 아침에 눈을 뜬 그의 안색이 몰라보게 밝아져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진짜..오랜만에 잘 잤다.”

 

 달콤한 꿈으로 시작한 하루는 평소보다 더 활기찼고, 제 기분이 좋으니 하루종일 좋은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마치 연쇄 작용처럼 이어지는 하루가 백현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센터피스 주문하려고 하는데요, 행사장에서 쓸 거요.]

“네. 몇 개나 필요하세요?”

[우선 테이블이 20개고, 그, 큰 화분 같은 것도 같이 해주실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일단 원하시는 분위기나 행사장 크기 같은 게 필요한데..”

[메일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문을 연지 며칠 만에 주문 전화가 빗발치는 날이기도 했다. 


“어서오세요-”

“꽃다발 하나만 만들어주세요.”

“가격대는 어느 정도 생각하세요?”

“음.. 이 정도 하려면 얼마면 될까요?”

“5만원 정도면 괜찮을 것 같네요.”

“와- 이렇게 예쁜데요? 그럼 이걸로 주세요.”


 오고 가는 손님들 모두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제 가게를 나가는 모습에 백현은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이렇게 개운하고 기분 좋은 날이 얼마만이던가, 악몽을 꾸기 시작한 뒤로 늘 지치고 피곤했던 나날들이 이어졌었는데..


 어두워지는 하늘 빛을 바라본 백현이 마감 준비를 서두르며 매장 안을 바삐움직였다. 꽃과 화분의 상태를 한 번 더 꼼꼼하게 체크하며 마지막 점검을 마친 백현이 앞치마를 벗어 걸어두며 불을 껐다.  문을 잠그고 어두워진 골목길을 지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백현은 그날 밤도 어김없이. 또다시,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다. 




 



 시야가 온통 검은 색으로 물들었다. 

손을 뻗어 바로 앞의 공간을 확인 하듯 더듬던 백현은 제 손 끝에 묻어 나는 끈적한 느낌에 시선을 내려 손바닥 위를 훑었다. 


그러는 사이 발바닥 밑이 지진이 난 듯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땅이 갈라져 밑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떨어지는 순간에도 제 몸에 달라 붙는 손들은 점점 더 강하게 제 몸을 옭아매듯 떨어지지 않고 저를 이리저리 끌어당겼다.


발버둥을 치며 눈을 감았다 뜨면, 회색빛의 방 안에 저 홀로 남아있었다. 벽에 달라붙은 시선과 눈이 마주한 백현은 두려움에 눈을 감았다. 고개를 흔들고 무릎을 모아 그러 안으며 시선을 돌리자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귓가로 달라붙었다. 

 

“흐억…헉..하..”


숨을 몰아쉬며 거칠게 오르내리는 가슴 위로 손을 더듬듯 움직인 백현이 이불을 걷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제 몸 위로 덮고 있던 얇은 이불조차 갑갑하게 느껴졌던 터라 서둘러 잠자리를 벗어나듯 바닥으로 발을 내렸다. 그 순간, 꿈 속에서 마주했던 얼굴이 제 발바닥 밑으로 밟히며 소리를 내질렀다.

 

“악!!”


 백현은 다시 잠에서 깨어났다. 이것이 진짜 꿈에서 깨어난 것인지를 확인 하기 위해 백현은 서둘러 협탁 위로 손을 뻗어 안경을 고쳐 쓰고 스탠드를 켰다.  

 

 한 달째 이어지는 악몽은 제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무섭고 징그러운 것들이 가득했다. 

꿈은 곧 제 무의식일진대, 무서운 영화나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어디서 접해보지도 못한 것들이 제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 끔찍한 기분이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이다 손을 들어 마른 세수를 한 백현이 한숨을 뱉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직 어둑한 창 밖의 하늘을 잠시 내다보며 욕실로 향했다. 차가운 물에 세수라도 할 참이었다. 호흡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기분에 백현은 서둘러 침실을 벗어났다. 














#세백



-

일단 저는 1편을 저질러 두어야 뭔가를 하더라구요.....

나중에 수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특히 제목이요.

사실 연재하고 싶은게 세 편인데 동시에 다 할 수가 없어서.. 고르고 고르는 중이에요. 


꿈속에서 그댈 만날수 있다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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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세백] 몽마(夢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