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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_ 18

 

 

 

 종인은 벌써 지치는 기분이었다. 

달마다 있는 중종 모임에 학업을 핑계로 나가지 않은 것도 겨우 두 번, 오늘은 꼭 참석하면 좋겠다는 말이 통보임을 모르지 않은 그는 세훈과 함께 모임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오늘은 제대로 똥을 밟았구나를 깨달았다. 

“저 새끼 지금 한국에 있었나.”

“누구.”

세훈의 물음에 턱 끝을 들어 올리니 그의 표정도 단숨에 구겨졌다. 기껏 도경수 때문에 짜증 났던 기분을 가라앉힌 뒤였는데,

“..결혼하고 한동안 홍콩에 있었잖아.”

“알게 뭐야,”

 종인은 정말로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래서 오고 싶지 않았던 건데.  후- 심호흡을 뱉어낸 종인은 어제 백현을 만나고 오길 잘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며 귀를 틀어 막을 준비를 했다.

“오랜만이다.”

 물론 이렇게 먼저 인사를 해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뻔뻔한 얼굴을 마주하니 심기가 뒤틀렸다. 

“잘 지내지?”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거 아니죠?”

 제 빈정거림에 재밌다는 듯 변하는 표정조차도 꼴보기 싫었다. 세훈과 종인이 도경수보다 더 싫어하는 인간이 있다면 바로 그 일 것이다. 백현의 친형. 변유현.

“뭐, 알긴 아네. 백현이는, 여전히.. 변함없고?”

“그거야 말로,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거 아닐테고.”

“뭐..딱히 너네 둘을 속일 생각은 없으니까.”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그가 백현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한 적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고, 구태어 자신들을 속이면서 까지 피곤하게 사는 성격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내보이는 성격이었으면 몰라도,

“딱히 나도 너희랑 대화할 생각은 아니고. 내가 요즘, 내 동생에 대해서 재밌는 소문을. 좀- 들어서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왜 궁금한지도 사실 알고 싶진 않았지만 그가 말한 백현에 대한 소문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다. 


 변백현이 박찬열을 어떻게 꼬셨다더라. 박찬열한테 약을 먹였다더라, 약점을 잡았다더라, 블라블라.. 입에도 담지 못할 말들은 준면이 적당히 걸러 고소를 하는 것 같았고. 


 박찬열과 백현의 소문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심각한지. 준면이나 민석만큼은 아니지만 자신의 정보력도 무시 못 할 정도는 아니니까.

“너희 둘이 아직도 백현이 가드인 건 알겠는데,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허-진짜 여전히 재수 없네.”

“너희도 알잖아. 아버지가 백현이 결혼 시키려고 하시는 거, 근데- 박찬열은 좀..”

 안 봐도 뻔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백현이 저보다 좋은 물건을 가지는 것조차 참지 못하는 그가 저보다 좋은 혼담이 오고 가는 것을 달가워 하진 않을 테니까.

“원래 소문 같은 거 신경 안 쓰는 사람 아니었나.” 

“그랬지. 그래도 내 동생 일인데. 친형인 내가 모르는 건 좀 아니잖아. 근데, ..너희도 잘 모르는 것 같네.”

“그럼, 다시 갈 길 가실 시간인 것 같네.요.”

“그래, ..조만간 또 보자.”

 세훈과 종인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화를 참았다. 그래도 백현의 형인데 이 이상 버릇없게 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냥 제 앞에서 사라져 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생각하기로 한 종인이다.

 백현이 어린 시절부터 차별을 당해온 것은 대충 이야기로만 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의 집안에서 경종인 그를 부끄러워 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던 어린 시절에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일이라 관심이 없었고, 백현을 알고 나서는 도대체 친아버지란 사람이 왜그럴까 싶을 정도로 백현을 막대하던 것을 보고 제 속이 다 부글부글 끓었다. 

그런데, 원래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얘기가 이런건가? 백현의 편을 드는 척 하면서 그를 깎아내리고, 교묘하게 백현의 잘못을 부각시켜 자신을 돋보기에 만드는 성정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솔직히 백현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 어린 종인도 그를 마음에 들어 할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 민석과 준면 역시 백현의 친형인 그를 벌레 보듯 하는 것은 당연했다. 

 길어진 출장으로 아직 독일에 있던 민석이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아마 민석이 저 사람을 봤다면, 저처럼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  

“박찬열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진짜.”

이렇게 저질러 놓았으면 뒤처리도 해야 될 거 아니야. 중종 모임에서 까지 이런 얘기가 오고 가는 판국에 머리털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니. 쯧- 종인이 혀를 찼다.

“아마. 나랑 비슷한 생각일걸?”

“..넌 아직도 포기 못했냐.”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어깨를 으쓱-이는 세훈을 바라보며 종인은 한숨을 삼켰다. 하여간, 저 생긴 값도 못하는 미련한 악어 새끼.

 

 

 

 찬열은 백미러를 확인하다 미간을 좁혔다. 며칠 전부터 자주 보이던 차종이었다. 제 시야에 닿을 듯 말 듯 보이는 차량의 번호를 유심히 살폈다. 

어느 쪽에서 붙인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건 제 기분이 달라지지는 않을 터였다.

 

핸들을 틀어 차선을 변경한 그가 유턴을 하고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따라 붙으려 던 차량이 신호에 걸려 멈춰서는 것을 확인한 찬열이 속도를 높였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시간을 소비한 탓에 조바심이 일은 탓이다. 

 

 

 백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때는 제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찬열은 곧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뵙네요. 찬열씨.”

습관처럼 일단 인사를 받긴 했는데 누구더라..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여자의 이름이 선뜻 떠오르지 않아서 찬열은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고 서있었다. 

“저번에 파티에서 잠깐 뵀었는데.. 유리에요. 김유리.”

“아. 네.”

 그제서야 소은과 파티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던 장면이 스치듯 지나갔다. 친구라고 했던가..아마. 딱히 제게 인사를 건낼 거라고 생각한 적 없는 사람이었으나, 그렇다고 제 앞에 웃으며 서있는 사람을 무시할 수는 없는 터라 가볍게 답을 뱉어낸 저를 보고서도 그녀는 변함없이 웃는 낯이었다. 

“소은이랑 청첩장 돌리실 거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식이 영 없으신 것 같네요..?”

이어지는 말에 찬열은 헛웃음을 뱉어냈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혼담이 진행중이라면, 그 여자는 벌써 자신의 약혼녀 행세를 하고 다닐텐데.. 다시 기분이 바닥을 치는 것을 느낀 찬열은 더 이상 제 앞에 있는 여자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졌다.

“미안하지만 약속이 있어서. 그 얘기는 이소은씨랑 하시는 게 좋겠네요.” 

“아. 제가 시간을 너무 뺏은 모양이네요. 그럼..”

여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등을 돌려 멀어지는 찬열의 뒷모습에 유리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찬열은 아직 보이지 않는 백현의 모습에 휴대폰을 들었다. 통화 목록에서 그의 이름을 누르고 곧바로 귓가에 수화기를 붙였던 찬열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봤다. 

 백현은 전화가 온 것도 느끼지 못한 듯 가만히 서서 차도 위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뭐해?”

“아. ..어서와.”

 제가 바로 앞에 다가서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백현이 뒤늦게 저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냈다. 평소와 다르게 차분한 그의 목소리와 저를 피하는 시선에 찬열은 그의 팔을 잡았다. 

“기다리게 해서 화났어?”

“..아냐 그런 거.”

“차가 좀 막혀서.”

“아니라니까.”

 제 손을 뿌리치듯 팔을 빼낸 백현의 손길에 둘의 시선이 마주 닿았다 떨어졌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제게 차갑게 대하는 백현이 오랜만이라 찬열은 제가 뭘 잘못했나 생각했다.

 


 평소처럼 대화를 이어가지도 밥을 먹으면서도 그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그저 제가 하는 행동을 같이 맞춰주려 한다는 듯 의무 같은 그의 태도에 찬열도 기분이 가라앉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백현은 평소보다 더 사람들의 시선이나 말을 주의 깊게 담아 들었다. 사실 이 안에는 저와 찬열을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했는데도 그랬다. 괜한 걱정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는 다면 거짓말이었다. 저와 찬열에게 닿는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졌으니까. 

 

“오늘 점심은 누구랑 먹었어?”

“..준면이형이랑.”

“그 형 다섯 테이블씩 예약하는 버릇 아직도 못고쳤나?”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찬열도 그 말에 답을 해주던 백현도 서로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을 뿐.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으나 서로 다른 생각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동상이몽이 엉켜버린 것은 제 허리를 감싸며 차로 이동하려던 찬열을 뿌리친 백현의 행동으로 두 사람이 멈춰 섰을 때였다. 

제 스스로의 행동에 조금 놀란 듯 굳은 백현이나 그런 그를 바라보는 찬열의 눈빛이 서로를 의식하며 맞닿았다. 

“..변백현.”

“..미안.”

“오늘 왜 그래. 무슨 일 있는거야?”

“아니. 아니야.”

“나한테 말하기 싫은거면..”

“아니야. 미안. 내가 좀 예민했어.”

 백현의 사과에 찬열은 다시 그를 차까지 안내했다. 평소와 같은 행동을 받으면서도 제 스스로가 예민하게 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백현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자꾸만 그에게 화를 내고 있는 제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안.. 내려?”

 급격히 다운된 분위기에 말 한마디 없이 호텔 앞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에게 먼저 내리라고 했던 것은 저였으면서도, 말없이 차를 맡기고 저를 따라 움직이는 발걸음을 바라보던 것도 왠지 평소와 달리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가 저를 어루만지는 손길도 제 입술 위로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도 전부다 평소와 같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제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에 백현은 평정심을 잃은 지 오래였다. 

“음..”

 저를 안아 제 허벅지 위로 앉히고 키스를 이어가던 찬열의 손이 제 허리를 부드럽게 매만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뜬 백현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었다.

 하얀 천장이 저를 향해 쏟아지는 듯 했다. 

 찬열이 제 목 위로 입을 맞추며 손을 내려 셔츠 단추를 풀어냈다. 그의 뜨거운 숨이 쇄골 위로 흩어지고 옷 안으로 파고 들어 오는 것을 느낀 백현의 숨이 가파졌다. 

그의 손이 제 다리를 끌어 허리에 감기도록 잡아 당기는 것을 느꼈을 땐, 불현듯 소은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당신이 지금 그 사람한테 다리를 벌리느라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당신이 여자는 아니잖아.


“하. 잠깐..”

“..응. 왜.”

 제 말에 착실하게 답을 하면서도 여전히 제 피부 위로 입을 맞추던 찬열의 기가 점점 강하게 저를 감싸는 것을 느낀 백현은 그의 어깨를 잡고 그를 밀어냈다. 제 눈을 마주하는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린 백현이 숨을 골랐다.

“어디 불편해?”

“그냥..”

 오늘 따라 영 이상한 백현의 상태를 모르지 않은 찬열은 그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리며 눈을 맞췄다. 굳어있는 얼굴 위를 살피며 그의 셔츠 단추를 다시 채워준 찬열이 그의 얼굴 위로 짧은 입맞춤을 남기며 그를 그러 안았다.

 제 품에서 숨을 몰아쉬는 작은 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찬열은 그의 등을 토닥였다.

“백현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

“피곤해? 잘래?”

 말이 없는 백현을 잠시 기다리던 찬열은 제 위에 앉아있던 마른 몸을 들어 침대로 걸어갔다. 

시트 위로 저를 조심히 내려둔 그가 제 머리칼을 쓸어내며 부드럽게 매만지는 것을 바라보던 백현의 시야가 속절 없이 흔들렸다.

“자자. 잠드는 거 보고 갈게.”

 제 몸을 감싸 안는 따스한 온도에 숨이 막혔다. 제 스스로의 생각이 얼마나 유치하고 그에게 예의 없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 백현은 저를 다독이는 손길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박찬열. 그냥 하자.”

“뭐?”

 백현은 저를 배려하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더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느꼈다. 저를 안고 있는 팔을 풀어내듯 상체를 떼어내고 그의 얼굴을 잡아 입술을 맞대자 찬열은 눈을 깜빡이며 제 키스를 받아냈다. 

“백현아… 잠,”

 거칠게 입 안을 파고드는 제 행동을 멈추려는 듯 조심스레 떼어내는 손에도 아랑곳 않고 달려들자 그의 표정이 조금 험악하게 변해갔다.

“할래. 해.”

“잠,깐”

 흥분한 듯 숨을 몰아쉬며 제 셔츠 단추를 풀어내는 손을 바라본 찬열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손을 잡고 멈추게 하는 것도 한참이 걸렸다.

“백현아. 변백현.”

 그와 눈을 맞추는 것도 한참이 걸리자 찬열은 조바심이 일었다.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제가 백현과 입을 맞추고 싶고, 그를 만지고 싶고 안고 싶은 것은 그가 좋아서다. 그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좋아서 이렇게 집요하게 그를 붙들고 늘어졌던 거다. 이런 얼굴을 하게 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었다.

 잔뜩 불편한 표정으로 제 시선을 피하는 백현과 어렵사리 눈을 맞췄다.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다독이니 그가 천천히 숨을 뱉어내며 눈을 감았다. 

“그냥 ..하면, 좋았잖아.”

“뭐?”

 그냥 하면 좋았다니. 제가 자신의 기분 같은 건 상관없다는 듯 안아주길 바란다는 말인가. 

“그냥.. 안으면 됐잖아.”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백현은 지금 찬열이 화를 참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눈을 떠 그를 마주하니 그의 두 눈이 빛이 나듯 번쩍였다.

“당신이 이러는 거 꼭.. 여자한테 하는 것 같아서.”

“뭐?”

“당신이랑 이러고 있다고, 내가 여자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찬열은 백현의 발언에 적잖이 놀라 눈을 깜빡이며 그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기만 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를 깨닫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상상도 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그렇게 신경 쓸 필요.”

 그렇게 배려할 필요 없다. 제가 하기 싫다고 하는 한마디에 물러나는 다정함도, 저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전부 .. 제가 연약한 여자도 아니고, 깨어지는 물건도 아니고.

“오해하지마.”

오해? 하고 되 물으려던 제 아랫 입술을 무는 통증에 백현의 미간이 살짝 찌푸러졌다.

“내가 지금, 당신을 신경 쓰는 건.”

“잠..! 읏.”

“당신이 여자여서,가 아니라.. 변백현이어서야.”


 백현은 순식간에 바뀌는 시야에 조금 어지러웠다. 

그의 위로 올라타듯 앉혀진 모양새가 영 못마땅하다는 듯 눈썹을 꿈틀대며 불만을 표해봤지만, 찬열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제 입술 위로 입을 맞추기 바빴다. 

“정말 그렇게 느꼈어? 내가 당신을 여자처럼 대한다고?”

“그냥..”

 그놈의 그냥. 찬열은 백현의 입술을 다시 살살- 물었다. 화가 났다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서, 

백현이 스스로 그런 생각을 했을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저에게 말했을 테니까. 제가 여자가 아니라고, 아마 따갑게 저를 혼냈으면 혼냈을까. 이렇게 상처 받은 얼굴을 하진 않았을 테니까. 

누구한테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누가 되었든 상관없다. 용서할 생각은 없으니.

 

 찬열은 제 품 안에 안았던 백현을 떼어내며 그와 눈을 맞췄다. 어중간하게 넘어갈 생각은 없다. 그가 정말 모른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의심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조차 싫었다.

“난 한번도 당신이 여자라고 생각한 적 없어.”

“..”

“그냥, 당신이 좋으니까 잘해준 거고.”

 일부러 강조하듯 내뱉는 그냥이라는 단어에 백현은 잠시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함을 표했다. 찬열은 제 표정에도 아랑곳 않고 제 코 끝을 손으로 톡 치며 말을 이었다.

“그냥, 당신이 소중하니까 아껴준거야.”

 알아.. 그의 말에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제가 그의 위에 올라탄 자세에서는 쉽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도 그가 저를 가만히 두고보진 않았겠지만..

“당신이 하고 싶지 않다는데, 억지로 당신을 안을 만큼 당신 마음이 상관없지도 않고.”

 전부..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 그에게 심술을 부렸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걸 몰랐다고 하면..”

말없이 저를 바라보던 백현의 눈이 침울해지는 듯 하자 찬열은 한숨 같은 숨을 나직이 뱉어내며 웃었다. 

“내가 좀 많이 속상한데, 백현아..”

 백현은 저를 바라보는 찬열의 시선을 진득하게 맞췄다. 

 제게 이렇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걸까. 

그녀의 말 중에서 저를 찌르는 것이, 그가 저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것 만은 아니었다. 

그와 제 소문들이 어떻게 퍼져나갈지, 정말 그 여자의 말처럼 그가 가문에서도 회사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전전긍긍하던 저를 찬열이 예전보다 더 신경 써서 살피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그 여자에게 당당하게 그에 대한 말을 너한테 듣고 싶지 않다고 했던 것 만큼 제 자신이 그를 믿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이렇게나 쉽게 깨어질 믿음이었다. 

그가 걱정되서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자신은 결국 끝까지 제 스스로를 걱정하고 있는 거였다. 

그래, 그의 말대로 그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어떻게 대하는지 제일 잘 아는 것은 저였다. 다른 사람의 말은 상관없는데.. 

백현은 그가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저를 믿어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제가 아니라 찬열, 

 본인 을 믿고 있었던 거다. 

 

“박찬열..”

“응.”

“..미안.”

“당신이 사과할 일 아니야.”

“그래도,”

 다시 미안하다는 말을 뱉어내기도 전에 찬열은 제 말을 잘라냈다. 

“그럼 안아줘.”

두 팔을 벌리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장난기가 묻어 나는 것을 발견한 백현이 소리 없이 웃었다. 

백현은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 저보다 덩치가 큰 찬열의 어깨가 삐죽 튀어나왔다. 제가 그를 안고있다기 보단 그에게 안긴 꼴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의 말처럼 미안하다는 말보다 그 따스한 체온이 간절했으니까.

“..”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의 숨소리에 의존하듯 눈을 감고 서로의 체온을 나눴다. 

 

 

 

“형. 이거 봤어?”

“뭘.”

“박찬열. 결혼 발표 기사 떴어.”

 준면은 셔츠 단추를 잠그던 손을 멈칫했다. 조만간 터질 줄은 알았지만, 당장 오늘일 줄은 몰랐던 탓이다. 

 종인은 검색엔진에 뜬 PnS그룹, 박찬열 이란 단어에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다 박찬열 이번 달 약혼, 올해 안에 백년가약 맺는다. 같은 기사 제목을 확인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갑자기 약혼? 백년가약? 어이가 없는 건 둘째 치고, 상대가 제가 생각했던 상대랑은 완전히 달랐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소은? 이 여자 저번에 형이 고소했던 여자 아니야? 박찬열, 이 여자랑 쫑났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준면은 종인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낚아채듯 뺏어왔다. 검색엔진 검색어 순위권을 자꾸만 넘나드는 소식에 머리가 지끈 거렸다. 아니, 도대체 기업 후계자 약혼, 결혼 얘기가 왜 이런 검색엔진 순위권에 끼어드는지 알 수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기다려. 나랑 같이 나가- 오늘 백현이형이랑 같이 있어야겠어.”

 

 종인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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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으시다가 흐름이 끊길까 싶은 마음에.. 덧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만..오늘은 덧을 남겨봅니다. 공지로 쓰기엔 부끄러워서..ㅎㅅㅎ)

 남겨주신 하트와 덧글에 큰 힘을 얻는 중입니다ㅠ♥ㅠ 글을 빨리 올리는 걸로 보답을 해야겠다 생각해서 항상 감사 인사를 드리진 못했는데, 구독, 하트, 덧글 하나하나 다 보고 있구~ 너무 힘이됩니다! 구독 해주시는 분들~, 귀찮으실텐데도 하트&덧글 남겨주신 분들 정말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말이 없어두 글 올라올때마다 제 감사인사라구 생각해 주세욧..)

 원래 forest는 15편 정도로 끝낼 예정이었는데, 기존 스토리를 바탕으로 이어가다보니.. 클리셰가 넘우..심해서..다 갈아엎진 못하고 수정하다보니 조금 길어지는 느낌인데 현재로는 25편 안에 완결 생각하고 있구요. 달달 고자라서.. 글이 점점 우울해지는 기분이지만ㅠㅠ..용서해주세요. 조금 스포를 드리자면, 저는 해피 엔딩이 좋습니다.

오늘도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하트♥무한대 반사~받으세요

(본 글보다 덧이 더 긴 것같은 건 기분탓입니다 허허)

꿈속에서 그댈 만날수 있다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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