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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_ 아기 백호




 하얀 발이 어항 안을 휘젖었다. 반짝이는 주황색 비늘이 그가 만드는 회오리를 따라 이리저리 휩쓸렸다. 

“이눔!”

“히익-”

날쌘 동작으로 높은 탁자 위에서 바닥으로 폴짝- 뛰어내렸으나, 

“어딜.”

제가 떨어진 곳은 푹신한 품이었다. 이런, 큰일났다. 동그란 눈이 도로록 소리가 나듯 굴러가는 것을 느낀 유라는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고기는 보는 거라고 했지?”

“…”

아기 백호는 고개를 돌렸다. 애써 침착 하려 했으나 그녀의 얼굴이 너무 무서웠던 탓이다. 제 몸을 잡은 고사리 같은 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던 백호가 낮게 울었다. 내려놓지 않으면 확-할켜버릴거야. 

“캭-”

“이걸 진짜.. 귀여워서 혼낼 수도 없고.. 어휴.”

유라는 통통한 귀를 매만지며 얼굴을 붉혔다. 보들보들한 털의 감촉이 손 끝을 간질였다.

“그래도 물고기는 안돼. 한번만 더 그러면- 과자 못 먹게 할거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소리를 들었다는 듯 울멍 해지는 눈동자를 바라보던 그녀가 그를 안고 1층으로 내려갔다.

 


 찬열의 식구가 낯선 외국 땅에서 생활한지 벌써 6년 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들은 얼마 전 아빠의 누나, 즉 찬열의 고모가 살던 집으로 이사를 왔다. 고모는 남편의 직장이 한국으로 발령 나면서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었고 찬열의 식구는 새로운 집을 찾고 있던 터라 시기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탓이다.

 

 찬열은 제 또래의 누나가 생겼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아직 누나가 뭐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른들이 그렇게 부르라고 했으니 그렇게 불렀다. 저보다 키가 크고 나이가 많은 여자를 그렇게 부르는 거구나 했다. 그녀는 저보다 나이가 무려 3살이 많다고 했다. 혼현의 조절도 능숙했다. 찬열은 그녀에게 감탄하며 눈을 반짝였다.

 

 찬열의 나이 또래의 반류들은 대부분 혼현 조절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고 여덟에서 아홉 정도가 되어야 사람의 모습을 능숙하게 구사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그의 눈에는 자유롭게 제 혼현을 조절하는 그녀가 마냥 신기했다. 

 

 이삿짐을 싸다 찬열이 너무 조용하다며 2층으로 올라갔던 그녀가 백호를 품에 안고 1층으로 내려오자 찬열의 어머니가 웃으며 유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장 검거했니?”

젖은 발끝을 발견한 예리한 눈이 백호에게 떨어지자 백호는 고개를 돌렸다. 

“네- 조용하면 꼭 사고를 친다니까요?”  

 

 흥- 콧방귀를 낀 백호가 그녀의 품에서 뛰어내렸다. 이번엔 안전히 착지- 잔디를 가르고 달려나간 백호는 잔뜩 쌓여있는 상자 더미 뒤로 몸을 숨겼다. 

풀을 뜯고 괜한 땅에 화풀이를 하듯 웅덩이를 만들어내던 찬열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키다 제 코 끝에 내려앉는 작은 나비에게 시선이 빼앗겼다. 헤-에취. 재채기를 뱉어내자 나풀나풀 날갯짓 하는 작은 몸짓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아기 백호의 꼬리가 살랑였다. 

 

 파란 나비가 노란 꽃송이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 것을 바라보던 백호의 눈동자가 맹렬히 빛났다. 예뻐- 다음 사냥감을 노리며 엉덩이를 치켜 든 그가 잔뜩 웅크렸던 몸을 던지는 순간 나비는 다시 날갯짓을 하며 날아 올랐다. 그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던 백호의 눈동자가 몸을 웅크린 하얀 물체 위로 닿았다. 

 

?

 

 파란 나비는 저를 쫓던 반짝이는 눈동자를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어 있는 하얀 고양이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백호는 동그란 눈을 더욱 키우며 그에게 조금씩 다가섰다. 하얀 고양이는 제 기척을 느끼지 못하는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사냥감을 노리듯 그의 주위를 맴돌던 백호가 날아올랐다.

 

?!

 

 그의 얼굴 위로 코를 박고 떨어져 내린 백호는 너무 놀라 뒤로 물러섰다.-제가 공격해 놓고 제가 놀란 꼴이란- 그와 다르게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나긴 커녕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아기 백호는 제 입과 코가 그의 얼굴 위로 닿았던 감각을 선명하게 느꼈다. 

저와는 다르게 줄무늬 하나 없이 하얀 고양이의 털이 부드럽게 코 끝에 닿았고 고양이의 말랑한 코 끝이 제 털 위로 느껴졌다. 킁킁- 풀냄새가 가득한 저와는 달리 달콤한 냄새가 나는 고양이의 향기를 맡던 그가 천천히 다시 그의 얼굴 위로 제 코를 옮겨갔다. 젤리 같은 분홍빛 코 위로 제 코를 비빌 듯 가까이 대었을 때. 하얀 고양이의 눈이 천천히 뜨이는 그 순간, 아기 고양이와 아기 백호의 시선이 마주 닿았다.

 

 아기 백호의 시간이 멈췄다.








그렇습니다. 오늘 7월 29일이 '국제 호랑이 날' 이라고 하네요.(사진은 관계없음..) 

계획에 없던 아기 백호썰을 찌끄렸어요.. 찬열이 어릴적 모습을 잠깐 엿보았죠..

게스트로 유라님 깜짝등장! 찬열이가 만난 고양이는 누굴까요?

오늘 14화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스포하자면, 두 편으로 나눠 올라옵니다. 힣 기대해주세요 // 

꿈속에서 그댈 만날수 있다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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