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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열은 머리 끝까지 오른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백현을 몰아붙였던 어제의 기억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도통 떠나가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 못마땅한 듯 내내 낯빛이 어두웠다. 

소문 같은 걸 의식한 적은 없었는데, 그의 곁에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제 몸이 통제가 안되더라.. 단지 저를 술친구라 부르며 가볍게 여기는 것도 알고 있었고 아무 생각없이 입을 맞추고 다른 이를 떠올리며 제 품에 안기는 것도 전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저 역시 그를 나무랄 처지가 아니었으니 서로에게 예의없고 매너없는 지금의 상황을 애써 정정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던 것은 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째서 제 스스로가 통제되지 않았던 것인가. 

그가 저를 거부하듯 밀어내는 것마저 참을 수가 없어서 밀어붙이고는 힘없이 침대 위로 축 늘어진 채 제가 씻겨주는 대로 몸을 맡기는 마른 몸을 바라보며 한숨을 삼켜냈다. 마른 침이 넘어가는 목 안이 따끔 거렸다.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얼굴과 부은 눈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뒤척이는 백현을 바라보다 그의 잠을 깨울까 조용히 손을 거둔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제가 이렇게 까지 완벽하게 타인을 몰아붙이는 관계를 한 적이 있던가. 방탕하게 살진 않았어도 지금까지 연애도, 이런 관계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과거의 제 모습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뿐, 찬열은 지금 제가 백현에게 하는 행동을 그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어쩌면 백현을 다시 마주한 그날,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걸 예상했던 걸지도 모른다.

 


 찬열은 검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뱉어냈다. 지금의 제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은 잘 알고있었다. 단지, 고칠 방법을 알지 못할 뿐. 

“제사지내? 왜 안마셔?”

“그러게- 아까부터 핸드폰만 보고. 누구랑 그렇게 연락하냐?”

“약혼녀 아냐?”

“오오- 약혼녀랑 잘되가냐?”

“아직, 약혼녀 아니야.”

“에, 그래? 완전 약혼녀 행세 하고 다니던데.”

“맞아. 저번에 혜경이네 파티에서도 변백현한테 난리치던데,”

“누구?”

“윤혜경있잖아. 왜. 저번에 봤을텐데-”

“아니, 변백현이 뭐..”

 백현의 이름에 반응하듯 정훈을 돌아보니 옆에 있던 선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거기 있었는데. 변백현이랑 사이가 안 좋은가, 좀 시끄러웠지.”

“근데 오세훈이 한 말은 뭐야? 뭐, 고소 어쩌구.”

“소문이 어쩌고 하던데, 변백현 소문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뭘 새삼.”

 소문과 변백현, 오세훈, 이소은. 그 몇 개의 단어에서 대충 상황을 파악한 찬열의 미간이 찌프러졌다. 아직 제 약혼녀도 아닌 소은이 벌써 부터 제 약혼녀 행세를 하는 것은 이미 알고있었던 일이다. 거기까진 참아줄 수 있었다. 그런데, 분명. 그랬는데..  

“야 박찬, 어디가?”

“미안한데 먼저 일어날게. 다음에 보자.”

“뭐? 얌마-”

찬열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도 걸음을 늦추지 않고 룸 안을 빠져나갔다.

 그래서였나. 저에게 약혼녀에 대해서 물었던 것은, 찬열은 일단 제멋대로 그의 호텔까지 오긴 했는데..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툭툭- 느릿하게 핸들을 두드리며 고민에 빠져있던 찬열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회색빛 천장이 답답하기도 한데, 밖으로 발을 내딛기가 어째 더 답답한 기분이라. 

 


 

“찬열씨!”

 찬열은 제 쪽으로 손을 흔들며 웃는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저를 볼 때 마다 기대감에 잔뜩 부푼 얼굴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귀찮은 지경에 이르렀다.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셔도, 이 여자는 저를 담을 그릇이 못되었다. 제가 가주가 되기 위한 발판이라면 더더욱.  

“이렇게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할 말이 있어서.” 

평소처럼 저에게 웃어 보이지도 친절히 차 문을 열어주지도 않는 제 행동에 여자의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갑자기 나온 사람 치고는 여전히 머리부터 발 끝까지 곱게 세팅된 모습과 짙은 향수 냄새가 찬열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애초에 차에 태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지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 향수 냄새가 제 차 안을 점령하는 기분을 또 느끼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더운데 카페라도..”

“아니. 여기서 얘기해도 충분해.”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찬열씨..?” 

“약혼 문제에 대해서 당신이 직접 말씀드렸다고 들었는데, 맞아?”

“아…네?..네.”

평소와 다른 제 말투와 본론부터 시작하는 예의 없는 화법에 조금 놀란 듯 표정이 굳어지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던 찬열은 그녀가 지금까지 제 본 모습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당신이 먼저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래도.. 자존심이라도 지키는 편이 나을 테니.”

“네?”

“그쪽이 먼저 날 거절한 걸로 말하라는 말이야.”

“그게.. 도대체,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찬열씨..지금.”

“주제넘은 짓을 했던데,..그렇게 까지 미련할 거 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

“이정도면 알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뭐, 확실한 게 좋겠지. 내가 그쪽이랑 결혼 할 마음이 없다는 얘기를 하는 거야. 지금. 알아들어?”

“허..”

그녀의 얼굴 위로 불쾌함과 화, 망설임 같은 복잡한 감정들이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던 찬열이 제 바지 주머니 안에 찔러 넣었던 손을 빼내고 돌아섰다.

“알아들은 모양이네.”

제 마지막 말을 그녀가 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그는 곧바로 제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녀가 제 말을 이해하고 대답을 찾기도 전에 엑셀을 밟았다. 

 

 

 

“이게, 누구야. 술친구 아닌가?”

 저를 보는 백현의 눈동자가 평소와 같았다. 마치, 어제의 일은 제 꿈속에서나 일어난 일인 듯 태연한 목소리와 표정을 훑어본 찬열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얼마나 마신 거야.”

 찬열은 비틀거리며 제 차 옆으로 몸을 기대는 백현을 잠시 내려다보고 서있었다. 그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는 것이 꽤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차올랐다. 제가 그렇듯, 그가 괴로워 하는 것이 저 때문일까 하는.. 부질없는 기대감. 

“좀, 많이?”

 그래. 정정하자면 지금의 제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고, 고칠 방법을 모르지도 않았다. 단지, 그 방법이라는 것이 저를 두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모르는 척 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 일단, 타.”

 제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화가 나고 

 제가 누군가를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던가? 누군가를 걱정하고 보고싶고 애가 타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이 감정이 사랑일까. 지금까지 믿지도 않고 살았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바로 이런 걸까.

 그의 몸이 조수석 시트 위로 힘 없이 축 늘어졌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린 찬열이 차를 출발 시키자 백현은 두 눈을 감았다. 호텔까지는 금방 이었으나 그 잠깐의 시간마저 조바심이 느껴질 만큼 제 옆의 존재가 절실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난 뒤에도 백현은 눈을 뜨지 않았다. 고른 숨소리를 느낀 찬열은 그가 제 곁에 잠들어있다는 사실이 조금 믿기지 않는 기분이어서 잠이 든 얼굴 위를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제 안전벨트를 풀고 백현의 몸을 두르고 있던 것도 풀어낸 뒤 의자를 조심히 뒤로 젖혀주는 행동에도 움직임이 없던 백현의 팔은 제가 다시 멀어지는 순간에 저를 붙잡아왔다.   

 그에게서 처음으로 먼저 전화가 걸려왔을 때도, 술에 취해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도 이렇게 까지 놀라지는 않았는데, 몸을 굳힌 찬열이 고개를 숙여 그를 내려다보자 어느새 잠에서 깬 몽롱한 눈동자가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찬열은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백현의 입술 위로 제 입을 맞추었다.

 

 그의 숨에선 옅은 술 냄새가 느껴졌지만 개의치않았다. 제 감정은 인정하지 못하고 그가 제 감정을 눈치채주기 만을 바랬던 어리석은 짓은 그만두기로 했다. 

“하..”

금세 거칠어진 숨을 뱉어내며 저를 잡은 손에 힘을 풀어내는 백현을 느낀 찬열의 시선이 다급하게 그의 시선을 붙잡으려는 듯 움직였지만, 백현의 시선은 더 이상 그를 향해있지 않았다. 숨을 고르며 그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로 시선을 마주하지 않는 옆모습이 날카로운 유리 조각 같았다. 

“변백현”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작은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찬열이 술기운인지 가쁜 숨때문인지 조금 빨갛게 달아오른 볼 위로 입을 맞췄다. 저를 바라보지 않는 시선에 목이 말라 그의 얼굴을 그러 쥐고 돌려 시선을 맞췄다. 제 이름을 몇 번이나 더 불러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아니, 차라리 그가 맨정신이 아니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가 제 감정을 알아차리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으니까. 차라리 당신은 끝까지 모르는 척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지.  

“변백현.. 나..봐”

 그러나 제 머릿속의 생각은 제 손 끝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모양인지 그의 입술을 매만지고 진득하게 눈을 맞추기를 종용했다. 나 봐. 도망치지 말고 나 좀 보라고.

 


 

 정신없이 흔들리는 시야에 머리가 핑핑-돌 지경이었다. 

하얀 천장이 눈 앞에 달려들었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하-, 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트를 그러쥘 때 마다 제 손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굵은 손가락도, 감은 두 눈 사이로 흐르는 눈물자국 위로 입을 맞추며 저를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들은 못 견디게 뜨거워서 술기운이 달아나긴커녕 더 몽롱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하-…아.-, 흐-..!”

“하..변,백현.”

낮은 숨을 뱉어내는 그의 목소리가 흥분감에 절어있다는 것을 느낀 백현의 몸이 바르르-떨렸다. 그의 목소리로 듣는 제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다. 

“아..-.”

“변,백현..하.”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저를 집어 삼켰다. 백현은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위험해.. 위험해.

 제 온 몸에 퍼지듯 커져 가는 심장 소리와 떨림을 모른척, 아닌 척 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제 시선을 마주한 눈동자와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제 피부 위로 흩어지는 숨결 하나 까지도 전부 다 저를 끊임없이 부추겼다. 

말 발굽 소리에 비할 바가 있을까, 벌의 날개 짓 소리가 이러할까. 입 밖으로 튀어 나갈 것만 같이 거칠게 요동치는 소리를 제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가 처음 저에게 보인 감정이 어떤 것이었더라, 아마 동정? 그것도 아니면. 삐뚤어진 자신의 성격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 보여도 되는, 다루기 쉬운 존재? 아마 둘 다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백현은 그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가벼운 마음이 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술친구’라 이름 붙이며 그를 만났다. 백현은 그 눈에 보이는 뻔한 의도가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순수하게 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저를 상처 입히지 못했으니까. 저 또한 그들을 이용하는 것이 편했으니까. 

그에게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도, 저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 지도. 저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에게 안기기 전까지는.   

 

 저를 안던 얼굴은 제가 알던 그의 얼굴이 아니었다. 제 몸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길, 그 따뜻한 온도. 제 몸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는 입술, 제 이름을 부르던 다정한 목소리가 그랬다. 어느 것 하나 제가 알던 박찬열의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도쿄에 있을 때도 그와 관계를 가지긴 했지만 그때의 저는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을 만큼 멍한 상태였다. 저를 지배하던 것은 온통 과거의 추억이며, 제가 지우지 못하는 기억들에 파묻힌 채 허덕이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그때의 저는 온전히 그를 느끼기 보다 그를 이용하는 데 집중했다고 하는 것이 솔직할거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때의 저도 어렴풋이 느꼈던 것이겠지. 그러니, 그를 벗어나 도망쳤겠지. 사람의 무의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먼저 그를 부추긴 것은 저였으나.. 정신없이 몸을 섞은 후에 깨달은 그의 다정함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도망쳤다. 그의 무거운 감정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을 포장하면서도 두려웠다. 제가 지금까지 찬열의 앞에서 어떤 표정을 했더라. 어떤 말을 하고, 또 어떤 행동을 했었더라.. 몇 번이나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그와 밤을 보내기 전의 제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제 이름을 부르는 뜨거운 시선에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백현은 애써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지만 제 몸을 옭아매는 힘을 거부하지 못했다.  

 

 

 

 백현은 언제나처럼 제 사무실 위에 턱을 기댄 채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의 여파로 허리며 엉덩이가 찌르르 울리고 기분까지 최악이었다. 소문처럼 몸을 막 굴린다거나 아무 반류나 꼬셔서 bed in-했더라면 지금의 상태를 익숙하게 넘길 수 있었을까? 하는 우습지도 않은 생각에 고개를 흔들고 서류 위로 낙서 같은 서명을 찍어 누르던 백현은 똑똑-하는 정갈한 노크 소리에 슬쩍 시선만 올려 대답했다. 네-

“짠!”

“아빠?”

그게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손님의 방문일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지만,

“우리 아들! 잘 지냈어?”

하하. 해맑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선 중년 신사를 발견하고 상체를 세운 백현이 자리에서 일어서 그에게로 다가섰다. 

“뭐야. 아빠 언제 오셨어요?”

“지금- 공항 도착하자 여기로 날랐어! 잘했지?”

 찡긋- 한쪽 눈을 감았다 뜬 새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본 백현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물론 백현이 그러거나 말거나 my way인 그는 자신의 앞에 벙쪄 있는 아들의 어깨를 끌어안고 두어번 토닥-이고는 데이트 하자 데이트!! 하며 그를 이끌어 사무실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월 초, 독일-다름슈타트로 출장을 가셨던 아버지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제게 오셨다며 브이-하고 손가락 두 개를 자랑스럽게 흔드셨다. 어머니가 늘 ‘김씨 핏줄은 전생에 변씨네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길래..’라고 할 정도로 새아버지 역시 백현을 제 친 자식보다도 더 예뻐라 해주셔서 백현은 지금 이 상황이 조금 익숙한 편이었다. 

“이거 짱 맛있다 백현아. 너도 먹어봐-”

“아빠.. 도대체 언제 적 말투에요. 그게.”

“왜? 준면이가 요즘 쓰는 말이라던데?”

“..아빠는 어떻게 형한테 그렇게 맨날 당해요.”

“그노무 자슥. 애비를 가지고 놀았구먼.또. 아이고, 백현아.. 아빠가 이렇게 산다.”

 그 형은 지금 공항에 아빠 마중 나갔다가 바람 맞은 건 아닐까 싶은데요.. 벌써 전적이 있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준면이 씩씩-대며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는 걸로 마무리 되겠지만. 

“그나저나 우리 아들 얼굴이 아주 좋아졌네? 무슨 좋은 일 있어? 응?”

“저요? 뭐..똑같아요.”

“그래? 우리 셋 째는 볼 때 마다 예뻐져서 아빠가 또 좋은 일이라도 있나 했는데!”

 제 앞으로 맛있는 반찬을 죄다 밀어주며 제 얼굴을 살피시는 아버지의 행동에 괜히 마음이 약해지는 기분이었다. 저한테 좋은 일이 뭐가 있겠어요. 아빠. 서늘하게 웃어 보이는 저를 모르지 않을 분이라 백현은 애써 제 표정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젓가락을 움직였다.  

“아빠..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요?

“응? 뭘?”

“아버지가 선 보라고, 나한테 또 결혼이란 걸 하라고..그러신다는데,.. 아빠는..”

“백현아.”

“..네.”

“아빠는, 이제 우리 백현이가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

“..”

“지금까지 많이, 아파했잖아. 이제 그만 아프면 안될까 우리 아들? 아빠는 우리 아들들이 그냥 다 행복하게 지냈으면 소원이 없겠다. 정말..”

“나도.. 나도. 우리 형제들이 행복했음 좋겠어요. 아빠도.. 엄마도요..”

“백현아.”

 그의 자상한 목소리에 붉어진 눈시울을 숨기기에 급급한 백현은 자신의 이름을 다시 불러주는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췄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 아버지가 너한테 해 되는 일 하시겠니. 좋은 사람이니까 그러시겠지.. 그러니까.. 한 번 만나보고, 그래도 니가. 정말 싫으면,.. 그땐 아빠한테 얘기해. 아빠가 우리 백현이 위해서, 백현이 아버지랑 맞짱 한 번 뜨지 뭐.” 

“..”

“그리고 백현아, 아빠는 아직 너를 보낼 자신이 없어요. 그러니까. 천천히-”

“..하,”

 진지하게 말씀하시다 이렇게 장난스럽게 급변하는 목소리에 백현은 눈물이 쏙 들어갔다. 입술 새로 터져 나온 웃음을 감추지 않고 웃어 보이니 그의 눈빛이 제 얼굴 위로 쏟아졌다. 

“짜식, 감동했구나. 아빠 레알 멋있지?”

“아빠.. 준면이 형이랑 다니지 마요.”

“... 응.”

 그는 저에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이었지만, 저를 뜨겁게 사랑해주는, 또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소중한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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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버전 하나만 올릴까 고민했숩니다만... 그냥 나눠서 올려욧 ;ㅅ; 뭐가 더 있진않지만......흙...

새아빠 등장..! 

꿈속에서 그댈 만날수 있다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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