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forest _ 09 (clean)



 

 찬열은 백현의 셔츠 단추를 천천히 풀어내며 제 목 뒤로 둘러진 그의 팔을 내려다봤다. 얇은 팔 위에서 어깨로, 쇄골로 옮겨가던 시선이 다시 백현의 입술 위로 닿았다가 목으로 옮겨졌을 때, 찬열은 그의 단추 위를 맴돌던 손을 멈췄다.

“..하..”

거친 숨을 뱉어내며 멈춰있는 제 손 위로 재촉하듯 시선을 떨어트린 백현을 느낀 찬열이 별안간 그에게서 물러서자 그의 팔이 느슨하게 저를 놓는 것이 느껴졌다. 

찬열은 미간을 찌푸리며 백현의 목 위로 남겨진 붉은 자국을 빤히 바라봤다. 타인의 흔적, 그것도 보란 듯이 목 위에 찍힌 붉은 표식을 모른 채 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렇게 기분이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을 보니.

“왜? 약혼자한테 미안하기라도 한 거야? 이제와서?”

“뭐?”

 약혼자? 백현의 입술 새로 쏟아진,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찬열은 그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지만 마주친 시선을 피하는 것은 이제 제가 아닌 백현쪽이었다. 

 백현은 잠시 멈칫하는 찬열의 행동을 보며 순간적으로 아무 관계도 없는 약혼자 얘기를 뱉어내곤, 스스로의 발언에 몸이 굳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이런 식으로 말을 해서는 안되는 거였는데..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제가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어제의 여파가 컸던 모양이지, 입술이 제 멋대로 말을 뱉어냈으니.. 제 발언이 얼마나 뜬금없었는지 답 없이 저를 바라보던 찬열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아직,.. 아니라고 말 했을텐데. 약혼자.”

“허.. 그럼,”

제 말에 기가찬 듯 헛웃음을 뱉어내며 제 어깨 위로 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팔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내가 아무나,는 아니라서.”

 그럼 왜 저를 거부하는 것인지 되물으려던 백현의 입술이 닫혔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알콜중독, 약중독 이라는 제 소문도 알고 있던 그가 아무나, 아무렇지 않게 잠자리를 한다는 제 소문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지금 이렇게 화를 낼 일인가? 백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화가 잔뜩 묻은 찬열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봤다. 

저를 거부한 것은 본인이었으면, 꼭 제가 그를 거부하기라도 한 것처럼 잔뜩 찌푸려진 미간을 바라본 백현이 주춤 대며 물러섰다. 그가 화를 내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가벼우면 가벼운 만큼 그에게 더 좋은 것이 아니었던가?


 백현이 딴생각으로 빠져들어 갈 때쯤, 찬열은 제 시선을 다시 그의 목 위로 떨어트렸다. 갑자기 제 몸에 닿는 뜨거운 감각에 몸을 움찔한 백현은 제 목을 깊게 빨아들이는 찬열에게로 시선을 내렸다. 

검은 머리칼이 제 턱 끝을 간지럽히자 그의 손이 찬열의 어깨 위로 다시 내려앉았다. 

“흣.”

언제 저를 거부했냐는 듯이 찬열은 다시 제 앞으로 다가서서 셔츠 단추를 뜯어내듯 벗겨내는 손길에 백현이 숨을 들이마시며 제 손등으로 입술을 틀어 막았다.  

“하..”

 백현의 몸 위로 찬열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그의 숨결이 닿을 때 마다 백현은 참지 못하고 허리를 비틀었다. 그런 제 반응에 저를 올려다본 찬열과 눈이 마주치자 그의 입술이 다시 제 입술 위로 맞닿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자꾸만 벽을 타고 미끄러지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찬열이 무릎을 세워 제 다리 사이로 받치고 제 어깨를 밀어내는 손을 머리 위로 잡아 올렸다. 

저를 옭아맨 손과 벽면 위로 거칠게 비벼지는 손등이 아프게 느껴질 법도 한데 백현은 거칠게 제 안을 파고드는 혀를 피해 움직이는 데만 급급했다. 

어느새 가빠진 숨에 얼굴로 열이 몰렸지만 찬열은 제가 숨을 쉴 틈도 주지 않으려는 듯 몰아붙였다. 

“하.. , …아”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 백현을 보다 못한 찬열이 바닥으로 무릎을 꿇고 백현의 한쪽 다리를 제 어깨 위로 올려 지탱했다. 

“하..뭐. 박, 으..”

백현은 제 발목부터 입을 맞추며 올라오는 찬열의 뜨거운 입술이 닿을 때 마다 몸을 떨며 그의 머리를 밀어냈지만, 찬열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허벅지 위까지 올라오며 저를 올려다봤다.  저를 올려다보는 그 짙고, 날카로운 시선에 백현은 다시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흐읏, -..그,!”

 찬열은 저와 시선을 맞춘 채, 백현이 그만이라는 단어를 뱉어내기도 전에 움직였다.

백현의 하얀 목 위로 찬열의 시선이 박혔다.

“아,…으,흐. ,”

 찬열은 가빠진 숨을 헐떡이며 몸을 떤 백현의 손 끝이 제 머리칼 사이를 파고드는 느낌마저 기껍게 느껴지는 제 자신이 아이러니했다.   

“아.제,-..제발…., 그..아..그만, 아…”

 눈을 감고 거친 호흡을 삼켜낸 몸이 잘게 떨리는 것을 바라본 찬열이 그의 다리를 잡아 다시 바닥으로 내려주자 백현이 바닥으로 주저앉아 숨을 고르며 그의 행동을 바라보다 안색이 파리해 졌다. 

“하..하아..”  

 백현은 숨을 몰아쉬며 찬열에게 손을 뻗었다. 저에 비해 그는 아직도 단정한 차림 그대로 라는 것이 못마땅하던 터였다. 

백현의 손이 찬열의 셔츠 위로 미끄러지자, 찬열의 시선이 백현의 손과 그의 얼굴 위를 차례로 바라보다 웃음을 흘렸다. 백현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며 제 셔츠 단추에서 미끄러지는 것이 볼만 했다.

“흐, 아아...,.하..응.”

 결국 찬열은 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어냈다. 

“하..”

“으윽, 아.. ,..아.-. 박,찬녈. 하..으.”

“변,백현.하.”

 찬열은 백현의 하얀 잇새로 짓이겨진 입술 위로 손가락을 문지르며 그의 고개를 돌렸다. 반쯤 정신이 나간 듯 풀어진 눈동자를 바라본 찬열이 그의 얼굴 위를 쓰다듬으며 입을 맞추자 백현의 소리가 찬열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응, 으-,…”

입술 사이로 뭉개지는 짙은 숨소리에 찬열은 백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 . 그..싫,. 그,만. 아. 잠깐..흐..”

찬열은 더 이상 제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인지 제가 뱉어내는 거절의 단어들을 무시하자 백현은 도망치듯 몸을 비틀고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흘렸다.

“흐으.., .아.으..,…”

 백현의 목소리가 물기로 가득한 것을 느낀 찬열이 그의 턱을 그러쥐고 제 쪽으로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볼 위를 타고 흐르는 눈물 자국을 발견한 찬열이 상체를 숙여 그의 등 뒤로 입술을 내렸다. 

백현의 어깨 위로 입술을 누른 찬열이 백현의 귓가에 입을 맞추고 젖은 눈가를 핥자 백현의 손이 찬열의 뒤통수를 그러 안 듯 잡아당겨 입을 맞췄다.  

“흐, ...”

 거칠게 몰아붙인 관계 후 숨을 고르는 백현의 목 위로 입술을 누르고 혀를 내어 핥은 찬열이여린 살을 깊게 빨아들였다. 

이미 빨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던 자리에 다시 자극이 닿자 백현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찬열이 온 몸에 힘이 빠져 저에게 기대있는 마른 몸을 몸을 그러 안아 침대 위로 옮길 때 까지도 백현은 눈을 감고 숨을 몰아쉬는 데만 집중했다.



 삐빅-작은 기계 음과 함께 열린 차 문을 열고 올라탄 세훈은 안 주머니에서 진동하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화면 위로 떠오른 익숙한 이름에 시동을 걸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여보세요?”

[너 어디야?]

“나 지금 집 가려고, 왜?”

[잠깐 내 사무실로 와.]

“아. 알았어.”

스피커폰으로 흘러나오는 형의 목소리에 고저 없이 답한 세훈이 제 형의 말에 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마침 그의 사무실 근처였던 것도 있지만 그가 저를 사무실로 부를 때는 중요한 용무가 있다는 얘기였기 때문에 엑셀 위로 발을 올렸다. 

“빨리왔네.”

“근처였어, 어 준면이형도 있었네?”

“오랜만이다. 어째 볼 때 마다 더 커지냐, 너는.”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준면이 저를 훑어보며 하는 말에 세훈이 픽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불길한 기분이 들었던 준면은 아니나 다를까, 세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형은, 볼 때 마다 작아지네.”

“.. 죽고싶냐. 막내야.”

“아휴 그놈의 막내소리.”

“자자- 둘 다 그만하고.”

“근데 준면이형이랑 있는데 나 왜 부른거야.”

“어쩌다보니 두 분이 같은 의뢰를 하셔서 말이죠.”

세훈은 제 형의 말에 준면을 쳐다봤다. 같은 용무라, 역시 백현의 일이었나 싶었다. 뭐.. 백현의 일이라면 형제들이 발 벗고 나서는 걸 뻔히 알고 있으니 크게 놀랄 것도 없었다만,

“너는 왜?”

“너는 그걸 몰라서 묻냐.”

눈치가 없다느니, 하여튼 멍청하다느니 서슴없이 욕을 내뱉는 제 형을 준면이 매섭게 째려보았다. 

“그래서, 어디까지 진행했는데?”

“다 했지. 고소만 하면 되는데.”

“그래?”

“대충..리스트는, 저번에 준 그대로 인 것 같고, 목적까진 모르겠지만 뭐. 그냥 재미로 그러는 애들도 있을거니까.”

재미라.. 준면과 세훈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제 형이 어깨를 으쓱이-자 세훈은 말없이 제 앞에 놓인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뭐 대충 다들 아는 이름일거야. 증거도 꽤 있고, 명예훼손만 걸어도 충분하긴 한데. 그건 또 만족 못할테고..”

“당연하지.”

“..그걸 왜 니가 대답해. 내 대산데-”

“뭐래.”

“어쭈, 너 그리고 왜 나한테는 존댓말 안하냐? 어?”

“뭐래.”

“..저자식이 근데”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준면을 뜯어 말린 세훈의 형이 장난스럽게 혀를 내미는 제 동생을 바라보며 한숨을 뱉어냈다. 어쩜 둘은 만나기만 하면 이렇게 으르렁대는지.. 저들이 개새끼-멍멍이-들도 아니고, 

“나는 참.. 내 동생이지만, 니가 이해가 안 간다.”

“갑자기 뭐가,”

“변백현이 뭐가 이쁘다고-”

그 말에 세훈과 준면의 시선이 동시에 한 사람에게 쏠렸다.

“우리 백현이가 어디가 안 예쁜지 자세히 말해볼까?”

“... 안가냐, 김준면. ..용건 그게 다 거든.”

“백현이 욕할거면 내 앞에서 해.”

“백현이형 욕을 왜 하는데?”

“그러니까. 내 말은..”

“백현이가 뭘 잘못했다고.”

“맞아. 왜 가만히 있는 백현이형한테 난리야. 형이지? 소문낸 거.”

“너냐 이새꺄?”

제 말은 끝까지 듣지도 않고 언제 서로 으르렁댔냐는 듯 맞장구를 치는 둘을 돌아본 세훈의 형이 이마 위로 손을 짚으며 한숨을 뱉어냈다. 하-

“..둘 다 좀 꺼져줬으면.”

어쩜 둘은 이렇게 죽이 잘 맞는지. 아 죽이고 싶다. 진짜. 결국 세훈과 준면은 동시에 그의 사무실에서 쫓겨났다. 명단도 확인했겠다 준비는 알아서 해줄 테니 두 사람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세훈도 준면도 ‘변호사’로써의 그를 완벽하게 신뢰했으니까.

“야 막내야.”

“왜 작은형.”

“어쭈?”

제 장단에 맞춰 장난을 받아준 세훈을 보며 웃어보인 준면이 세훈의 어깨를 토닥였다. 무튼..

“다시 보니 반갑다.”

“어 나도.”

“감정이 없네. 감정이.”

“어 형도.”

“새끼.. 들켰나? 눈치는 빨라가지고..”

“또 뭔 말을 하려고,”

“..백현이한테 잘 해줘서 고맙다.”

“그걸 왜 형이 고맙데. 형이 아버님이냐?”

“막내야. ..니가 우리 호적에 들어오는 방법은 종인이 밑으로 밖에 없을거다.”

“뭐래. 결혼하면 그 호적으로 안 가거든. 무식아.”

“그랬..야. 결혼이라니. 미쳤나 이게, 진짜-”

“뭐. 결혼이 뭐.”

“누가 너한테 우리 백현이 준데?!”

“..작은형. 내리기나 해. 지하야.”

 제가 씩씩거리는 사이 주차장에 도착한 모양인지 열린 문 사이를 턱 끝으로 가리킨 세훈이 긴 다리를 뽐내며 먼저 돌아섰다. 준면은 그의 뒤를 쫓으며 소리쳤지만 세훈의 뒷모습은 이미 멀어진지 오래였다.   

“저눔시끼! 오세훈! 어딜 도망가! 얌마! 거기 안 서? 우리 백현이는 절대 못 줘! 그렇게 알아라!”

“어휴.. 저 브라콤.”










-

여담입니다만, 연재글 중에서도..유독 성인글에 조회수가 많은걸 알고있습니다 ;ㅅ; 아쉬운 것은.. 사실, forest는 성인글을 기반으로 굴러가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뭐 물론 안쓰지않을거지만!핵단호.) 꾸금이 나오는 것은 단지,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혹은 상황을 더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편에서 씬 부분을 통으로 잘라내지 않고 남겨둔 이유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입니다..! 이정도면 괜찮겠죠? clean.. 하죠..?

아마 forest를 처음부터 읽어주신 분들이라면 눈치를 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편과 이번편이 좀 다르다는 것을요! 앞으로도 더 달라지게 될지..기대해 주시구, 진짜 너무 더워요. 날씨가 사람 체온을 넘다뇨..여긴 지옥인가요?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그럼, 10편에서 만나요 -


꿈속에서 그댈 만날수 있다면 좋겠어

우주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15
forest _ 08
#17
forest _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