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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_ 08

 

 


“아 깜짝이야. ..여기서 뭐해?”

“너 기다려. 앉아.”

 무섭게 왜 이래 또.. 준면은 옷을 갈아입고 나오기 무섭게 제 방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은 민석을 보며 눈을 굴렸다. 제가 또 뭘 잘못했나. 요즘 백현이도 얌전한데.. 무슨 일이지.

“박찬열.”

“?”

“어때?”

“갑자기? 뭐.. 음. 똑똑하고, 착하고, 매너도 좋은데 잘생기기까지 했다.고 소문이 자자하지.”

“니가 보기엔?”

“딱히 트집 잡을 데가 없는 애지.” 

“백현이 호텔 앞에서 마주쳤는데.”

“또?”

“또?”

 민석의 말에 준면은 일전의 일을 간추려 설명했다. 뭐, 그저 술에 취한 백현을 안전귀가 시켜준 일은 딱히 간추릴 것 없이 간단한 일이긴 했지만..

 



 백현이 팔짱을 끼고 술잔을 굴리고 있을 때였나, 제 옆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에 감고 있던 눈을 떴을 때. 제 앞에 서있는 여자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 괜히 눈떴네..하며 다시 눈을 감으려다 날카로운 목소리에 잠시 눈을 깜빡였다.

“찬열씨한테 자꾸 접근하는 이유가 뭐야.”

 접근이라니. 지금 이게 나한테 하는 질문이 맞나? 그런 생각을 하며 여자를 올려다본 백현을 보며 소은은 그의 대답을 종용하듯 서있었다. 

제가, 무슨 목적이라도 가지고 행동하는 줄 아나..? 아무 생각 없이 사는데. 백현은 방금 들었던 술잔을 가볍게 비워내고 테이블 위로 빈 잔을 올려두고 일어섰다. 

누가 내려다보는 거 기분 나쁜 적 별로 없는데, 어머니 빼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한순간에 기분이 나빠져 미간을 찌푸릴 뻔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오늘은 박찬열과 함께는 아닌 모양인 박찬열의 약혼녀는 저보다 조금 작아진 시선에도 날카로운 시선 그대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누구한테 접근을 한다는 건지..”

“니가. 우리 찬열씨한테.”

 니가? 이거였나. 본 성격이..? 요조숙녀인 척 하더니.백현은 헛웃음을 뱉어내며 고개를 돌렸다. 이런 애들은 상대를 하지 않는 편이 나은데.. 하여튼 박찬열도 지 성격대로 고르긴 골랐나보네. 잘 어울리네. 둘 다 성격이 더러워서 싸움 나면 볼만 하겠어. 


“내가 아니라.. 그 쪽에서 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봐.”

“뭐? 찬열씨가 뭐하러 너처럼 질 떨어지는 사람한테?”

 질이 떨어진다라.. 태어나서 이런 단어는 또 처음인 백현은 테이블 위로 어지러이 널린 잔을 하나 더 들어 올리며 슬쩍 웃었다.

“질적으로 따지면, ..니가 더 아래.. 아니었나?”

“뭐!?”

화는 나는데 제 말이 틀린 걸 모르지는 않는지 씩씩거리면서도 더 할 말을 찾지 못해 점점 얼굴만 빨개지는 여자를 보며 쐐기를 박았다.

“지금 말 잘해야 될 텐데. 여기서 더 우스워 지는 거 일도 아니잖아.”

“하!! 기가 막혀서.”

 재밌네. 놀리는 재미가 쏠쏠해. 백현은 속으로 비웃음을 뱉어내며 잔을 기울였다.

“이런 놈 하나 감싸느라고 형제들이 다 난리였어?”

“와..”

 이건 좀 심한데, 이건 성격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고 도덕이잖아. 니가 왜 우리 가족 안부를 묻고 지랄이지.같은 생각을 하며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게 변하자 주변에서 구경꾼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제 목소리와 달리 점점 커지는 여자의 목소리도 한몫해서, 이런 애를 약혼녀로 고른 박찬열이 갑자기 불쌍해지려고 하는데, 지금은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심기가 점점 불편해지고 있어 그를 걱정하기만 할 정신도 아니었다. 

게다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발언에 백현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지만, 소은은 멈출 생각이 없었던 모양인지 다시 입술을 열었다.

“오늘은 오세훈이야?”

“.."

“오세훈도 너 때문에 같이 질 떨어져가는 건 아나 몰라?”

아까부터 제 친구들에게 잡혀있느라 조금 멀리 떨어져있던 세훈을 바라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성격을 모르지 않으니까.

 하. 근데, 이 여자는 누군 욕할지 모르고 화낼지 몰라서, 가만히 있는 줄 아나.

백현은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며 세훈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이런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다. 

금세 자리를 바꿨는지 보이지 않는 세훈을 찾다가 아예 연회장 밖으로 나간건가.. 생각하며 여자랑 한바탕 할까 고민하던 백현은 제 등 뒤로 누군가 다가서는 것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잘 알지. 그 소문을 누가 내는지도 알고.”

 백현의 손에서 잔을 뺏어든 세훈이 저를 돌아보는 백현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그 앞에선 여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백현은 잔을 뺏겨 억울했지만 세훈의 무서운 표정에 쩝 입맛을 다시며  여자를 바라봤다. 가만, 소문내는 게 누군지도 안다고? 역시 오세훈. 절대 적으로 만들면 안된다니까. 같은 생각을 하며

“안 그래도 조만간 싹 다 고소할 생각인데, 경찰서에서 보기 전에 먼저 만났네?”

 뺏은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백현의 허리를 감싸 제 쪽으로 당겨 안고 그의 귀 위로 제 양 손을 올려 막았다. 듣지 말라는 듯이. 들을 필요 없다는 듯이. 

“당신 같은 사람이 상처 입혀도 되는 사람 아니야. 이사람.”

 백현이 답답한 듯 제 귀를 가린 손을 잡아 내리려 손을 올리다가 험악하게 변해가는 세훈의 얼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기분까지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오세훈씨 말이!”

“입 닫아 시끄러우니까. 알았으면 꺼지고.”

거기까지 말한 세훈이 제 손 위에 올려진 백현의 손을 잡았다. 여자는 부들거리는 손을 말아 쥐고 회장을 빠져나갔다. 주변을 한 번 빙 둘러본 세훈의 시선에 이쪽을 주목하던 시선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제 손을 잡고 회장을 빠져나가는 세훈의 걸음이 조금 빨라져서 그 뒷모습에 말도 걸지 못하고 있으니 그제서야 세훈이 멈춰서 백현을 돌아봤다.

“형은 왜 가만히 있어. 그깟..”

“나도 말을 하려고 했지. 니가 끼어든 게 더 빨랐을 뿐.”

“…”

“너는 왜 끼어들어. 니가 아무리 소문 같은 거 신경 안 쓰는 애라고 해도,.. 앞으론 끼어들지마.”

“박찬열 그사람, 약혼녀 관리 똑바로 하라고해요.”

“아직 약혼녀도 아닐걸?”

“씨발? 그럼 저걸 진짜 갈아버릴걸 그랬네. 난 형 생각해서 이정도만 한건데.”

“냅둬. 딱하게 사는 앤데,”

지 본모습 숨기고 청순가련 요조숙녀 역할 하느라 얼마나 피곤하겠어.

“딱하긴 개뿔.”

“또. 또. 말 예쁘게 안하지?”

“내가 지금 말 예쁘게 하게 생겼어요? 형이 저런 !”

“그만. 알았어 알았어.”

 제 잔소리에 더 언성을 높이며 대드는 세훈의 입을 손으로 막아버리자 그제서야 조용하다. 알았다고 우쭈쭈하며 엉덩이를 토닥이니 또 기함을 하는 건 종인이랑 똑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아 진짜 변백현!”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방금 김종인이랑 똑같다고 생각했어? 아니거든여?!”

아니기는. 

 

“오세훈. 2차 가자.”

“나 2차 가면 위험할 거 같은데.”

“뭐가 위험해?.. 안 잡아먹어.”

“아니..”

내가 잡아먹을 거 같은데, 세훈이 중요한 말을 삼키며 저를 잡아 끄는 손에 끌려갔다. 그 힘이 세지도 않은데 아주 저를 질질 끌고 가는듯해서 세훈은 작게 한숨을 뱉어냈다. 하..

 



 소은은 들고 있던 유리 잔을 테이블 위로 거칠게 내려놨다. 며칠 전, 제가 찬열의 조사를 맡긴 건 단순히 제 느낌 때문이었다. 돌아온 답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길 바라긴 했으나, 

이렇게 까지 다를지는 몰랐던 터라 소은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요즘 찬열의 행선지는 집, 회사, 집, 회사였던 전과 달리 그랜드 호텔, 혹은 술집, 때론 진 백화점, 백현의 직장이었다. 대부분의 동행이 변백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도쿄에서의 일정까지 확인한 소은의 머릿속은 온통 백현과 찬열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었다.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 누군가에게 먼저 빼앗긴 것도, 아니. 혹시 영원히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발끝에서 부터 저를 휘감았다.   

 물론, 처음엔 단순히 소문을 흘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변백현에 대한 질 나쁜 소문들은 한,두개가 아니었으니 거기에 몇 개를 더 추가한다고 해서 들킬 걱정은 없었으니까. 

 약을 하고 술을 하던 과거의 일들과, 지금까지도 약만 주면 다리를 벌린다 더라. 술만 마시면 침대로 기어들어 간다더라, 런던에 있을 때 임신도 했었는데 지웠다더라,낳았다더라, 지금도 임신 벌레를 품고 다닌다더라, 형제들과도 잠자리를 서슴지 않는다더라, 하는 소문들은 조금씩 조금씩 몸을 부풀리며 퍼져갔다.   

 그런데도 여전히 찬열을 만나고, 버젓이 파티에 나타나는 얼굴을 보니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제가 직접 나서는 아마추어 같은 짓도 서슴없이 행한 제 자신의 행동이 뒤늦게 후회되었다. 

이런 일에 직접 나서서 좋을 게 없었는데, 하필 그 자리에 오세훈까지 그를 도와주고 나서니 골치 아픈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서 소은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분을 삭히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변백현을 찬열에게서 떨어트릴 수 있을까. 소은은 유리 잔을 제 손 안에 꾹 쥐었다.

 

 

 

 2차가 위험하다고 했던 것은 100% 진심이었다. 그런 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현은 오늘도 열심히 달렸다. 백현에게 술은 세상이 유일하게 허락한 마약이었고 안정제였다. 

며칠 째 저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이 오늘에서야 하나로 모여 펑-소리를 내며 터진 기분이었던 터라 백현은 자제 없이 술을 제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완전히 정신을 놓은 백현을 안고 호텔로 돌아온 세훈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정신을 고쳐잡았다. 백현이 취하니 제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이 형은 위험하다는 제 말을 어디로 들은 건지 멋대로 취해버려서는 이렇게 제 앞에 무방비하게 널부러져있다. 하..마음에 안 들어.. 세훈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밉지 않게 백현을 째려보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방 안으로 들어서 침대 위로 백현을 조심히 내려놓자 힘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후.. 숨을 뱉어내며 세훈이 그 옆에 걸터앉았다.

“으음..”

시트 위로 파고드는 작은 몸이 움직일 때마다 마른 몸에 걸쳐진 셔츠가 말려 올라가 하얀 허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세훈은 눈을 감으며 크게 심호흡을 뱉어냈다.

“참자. 참아야한다. 참아..”

이불을 들어 백현에게 덮어주고 나서야 한숨을 뱉어내며 눈을 돌렸다. 헝클어진 머리를 넘겨주고 감긴 두 눈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뱉었다. 진짜 위험한데 이렇게 무방비하게 자는 모습도 예쁘면 어쩌자는 건지..

“하..”

저도 진짜 중증은 중증이다. 백현의 일이라면 모든 제가 먼저 나서서 해결해주고 싶고 늘 곁에 있고 싶고 이렇게 무방비한 모습은 또 보기가 힘들고, 

“니가 잘못한거야.”

 백현의 하얀 이마 위에 살며시 입술을 대며 세훈이 작게 읊조렸다. 이마 위에서 눈으로 눈에서 볼로 볼에서 귀로 차례차례 옮겨가며 입술을 가볍게 누른 세훈의 손이 백현의 볼을 쓰다듬었다. 얇은 입술 위를 손끝으로 매만지던 세훈이 주먹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음..”

 잠에 취한 백현이 꼼지락 거리며 세훈 쪽으로 몸을 트는 것이 조금 더 빨랐을 뿐,

“하아..”

 진짜 돌겠네. 

세훈이 잠깐 눈을 감고 한숨을 뱉어냈다. 

잠든 사람 건드는 취미는 없는데 그것도 술에 취해 잠든 사람은 더더욱. 그런데 이건 어떤 상황이냐,를 떠나서.. 변백현이다. 제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아끼는 사람. 제 첫사랑이자, 짝사랑의 대상이 지금 이렇게 제 눈앞에 무방비하게 누워있는데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거다. 

하지만 세훈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광경을 수도 없이 봐왔다. 물론, 이건 거의 반은 고문이었으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잠든 모습을 보는 사람이 저라서.

 그 허리를 끌어안은 팔에 한 번 더 힘을 주어 당긴 세훈이 미동도 하지 않는 백현의 목덜미 위로 입술을 대었다. 

짙은 숨이 그의 목부터 쇄골, 가슴께에 온기를 불어넣자 백현이 다시 움찔하며 몸을 비트는 게 느껴져 세훈은 다시 주먹을 쥐고 백현의 허리 위로 감았던 팔을 슬며시 풀어내고 일어섰다. 

 백현의 몸 위로 이불을 덮어준 세훈이 빠른 걸음으로 방을 빠져나왔다. 이 이상 곁에 있으면 아무리 저라도 참기 힘들 것 같아서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문을 닫고 내려온 세훈의 숨이 거칠었다. 아까 마셨던 술기운이 이제야 제 몸을 뜨겁게 달구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종인은 백현의 등을 쓰다듬으며 걸음을 늦췄다. 

“형.”

“요즘 어디 안좋아? 영 기운이 없네.”

“뭐..평소랑 비슷해.”

같이 보러 가기로 한 뮤지컬 표를 구해 호텔 방으로 쳐들어갈 때만 해도, 종인은 오랜만에 데이트에 싱글벙글 이었다.

“형 요즘 맨날 보양식만 먹이는데 살이 안 붙어. 후니 속상해.”

“…”

저 오세훈이 따라붙기 전까지는. 

“떨어져라. 어딜 자꾸 붙어.”

“뭐 왜-”

저를 째려보는 눈동자에 코끝을 찡그리며 팍-손을 올리는 시늉을 하니 혀를 삐죽-내밀며 백현의 어깨 위로 팔을 두른다. 종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구두 발로 툭, 세훈의 다리를 찼다.

“아, 아파!”

“아프라고 찼거든. 떨어져라.”

 두 번째 경고도 먹히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세훈은 순순히 제 팔을 들어 올리며 항복했다. 백현을 사이에 두고 소란을 피운 것은 늘 있는 일이었지만, 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요즘은 그를 피곤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게 제 생각이었다.

 세 사람은 뮤지컬을 보고 밥을 먹으면서도 화기애애했다. 백현은 뮤지컬을 보는 내내 똘망한눈으로 시선을 떼지 못하더니 식사 중엔 또 먹는둥 마는둥 하던 중에 양쪽에서 날아오는 음식을 거절하고 거절하다 지쳐 주는대로 받아먹고 있었지만, 꽤.. 화기애애했다. 

물론 그 중 두 사람은 뮤지컬을 보고, 밥을 먹으면서도 백현을 살피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지만, 백현은 깨닫지못했다. 



“형 요즘 술 안마신다고 민석이 형이 엄청 좋아하더라.”

 마실건데..종인의 밝은 얼굴에 백현은 조용히 창문으로 머리를 기댔다. 자연스레 따라붙는 세훈을 보내고 종인의 차에 올라탄 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가 꺼내든 주제는 역시나 저에 관한 것이었다. 형제들에게 늘 고마웠지만, 저를 걱정하는 것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졌다. 

백현은 제 생각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저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한 형제들에게 그런 마음을 잠시라도 가졌다는 것이 못내 미안해서 운전에 집중한 종인의 옆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왜? 새삼 반했나? 나 운전하는 것도 멋있지?”

“..응. 완전. 멋있다. 우리 막내.”

“뭐야- 오세훈한테 자랑해야지.”

 제 말에 어린아이 같은 미소로 웃으며 저를 돌아본 종인이 코끝을 찡긋-하고 다시 도로 위로 시선을 돌렸다. 

“태워다 줘서 고마워. 올라오지 말고 그냥가.”

“왜에?”

“바로 잘거니까. 너도 내일 수업있다며?”

“있긴 있는데.”

“내일 저녁에 볼 거잖아.”

“알았어. 그럼 들어가 형-”

 멀어지는 차를 바라본 백현이 등을 돌려 로비를 가로질렀다.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 그의 걸음이 느릿하게 바닥 위로 늘러붙었다.

 



“변백현.”

“..?”

 복잡한 머릿속의 원인을 마주한 백현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마주친 찬열의 눈동자가 그런 제 감정변화를 눈치챈 듯 저를 빤히 바라봤을 때, 백현은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다. 

 

“오랜만, 술친구-”

 오랜만에 제대로 감정 표현이란 걸 하는 기분이었다. 찬열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었다. 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이렇게 속 시원한 기분 이었던가. 

“술, 한 잔 할래?”

 찬열은 답이 없었지만 제 걸음을 맞춰 걸었다.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층 수를 누르고 다시 문이 열리고 내릴 때까지, 백현이 제 방 문 앞에 섰을 때도, 그는 아무 말 없이 저를 따랐다. 방 안으로 들어선 제 등 뒤로 찬열의 온기가 느껴졌다. 

백현은 찬열의 앞으로 빠르게 다가섰다. 

도쿄에서 그가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입술부터 부딪혔다.

 부드럽게 맞닿은 입술 위로 서로의 숨이 새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혀 끝이 제 입안을 휘저으며 엉켜드는 순간 백현은 머릿속이 짜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뜨거운 혀 끝이 비벼지는 감각에 손 끝이 떨리는 듯 했다.  

“하..”  

 거친 숨을 뱉어낸 백현의 입술 위로 짧은 입맞춤을 남긴 찬열이 눈을 뜨고 백현의 볼 위로, 귓가로 입을 맞추며 그의 입술 위를 엄지 끝으로 뭉개듯 쓰다듬자 백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찬열이 그의 떨림 위로 입술을 누르며 다시 입술 위로 파고들었다가 허리를 감아 끌어당기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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