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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_ 05 (cl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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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린채 눈을 감고 있었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제 부드러운 털을 느끼며 나른하게 하품을 한 그가 앞 발을 쭉 뻗으며 몸을 늘리는 광경을 바라보던 소년은 그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제 손길에 움찔 몸을 떤 고양이가 저를 흘깃 째려보긴 했지만 제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다.  

“더 잘 거야?”

그의 말에 답하듯 고양이는 소년을 빤히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그의 무릎 위로 앞 발을 올렸다. 소년은 상체를 곧게 세우고 그가 제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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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아.”

오늘도 익숙한 아침을 맞이한 백현은 준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베시시 웃었다. 

“혀엉-”

몇 일 동안 아침 일찍 저를 깨운 민석에 비해 느긋한 준면의 목소리가 반가울 따름이었다. 

“일어나. 준비해. 오늘은 늦으면 안돼-”

“왜에..?”

말꼬리를 올리며 눈가를 비비는 손을 잡아 내리며 백현의 몸을 일으켜 세우니 마른 몸이 힘 없이 침대 밖으로 딸려 나온다. 준면은 그를 욕실로 들여보내며 안쪽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확인했다. 

“네.”

[형 어디?]

“나 지금 백현이,”

[아 뭔데에-! 나도 간다니까, 치사하게 혼자 가기 있냐?]

“애 태워서 바로 공항 갈 거라, 너 못 내려 준다니까.” 

[아니! 나도 간다고 일본!!]

“..시끄러 끊어.”

[아 형!!야!김준]

 준면은 수화기 너머로 흘러 들어오는 목소리를 애써 모르는 척 하며 홀드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울리는 백현의 휴대폰도 찾아 무음으로 바꾸고 난 뒤에 드레스 룸으로 향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필요한 건 챙겨두라고 일렀으니 간단히 몇 가지만 챙기면 되었지만. 

준면은 차 시트에 얼굴을 비비며 잠꼬대를 하는 백현을 흘긋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런 녀석을 어떻게 혼자 보낸담-물론 종인이 같이 간다는 말은 칼같이 쳐냈지만-. 걱정이 되던 것도 잠시 공항에 도착해 졸음 가득한 백현의 등을 떠밀 듯 게이트 안으로 밀어낸 준면이 민석에게 확인 문자를 보내고 돌아섰다.

 


 백현은 눈을 깜빡이며 하품을 뱉어내고 느릿한 발걸음으로 움직였다.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잠 기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좌석 시트에 몸을 묻은 뒤로도 쭉 숙면모드였다. 그를 따라 나온 수행 비서는 비틀거리는 그를 챙기랴, 그의 짐을 옮기랴, 손 발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저를 앉혀두고 차를 가지러 간 비서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 백현은 제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어딘가 익숙한 뒷모습을 바라봤다. 워낙 외국인이 많은 공항이다 보니 그와 비슷한 키를 가진 사람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길쭉하게 뻗은 다리와 넓은 등과 어깨 같은 바디라인까지 비슷하게 빠진 사람은 또 처음인 것 같아서 잠시 시선을 고정한 채 턱을 괸 백현이 시선을 돌리기 전에 그 시선을 느낀 남자가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빨랐다.

마주친 시선에 당황스러움이 묻어 나는 것을 보니 저도 놀란 모양인지 그는 차 문을 열던 동작을 멈추고 저와 마주한 시선을 몇 초간 유지한 채였다. 백현은 입술 끝을 올리며 꼬았던 다리를 풀어내고 일어섰다. 

“어떻게, 여기서 다 만나네?”

“..변백현?”

“그쪽 차야?”

“뭐?”

“호텔까지만 좀 태워주라. 피곤해 죽겠어.”

 공항까지 저를 직접 태워준 준면, 제 대신 짐을 옮긴 사람을 따라 기내에 올라서는 내내 잠만 잤던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지만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찬열은 그의 말에 대답 없이 멍하니 서있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듯이 제 차 조수석에 올라타는 백현의 행동을 방관할 수 밖에 없었다. 찬열이 잠시 눈을 깜빡이다 운전석에 올라탔을 때, 백현은 이미 안전벨트까지 메고 시트 위로 몸을 깊게 묻은 후였다. 

두 사람이 탄 차가 출발하고 난 뒤에야 돌아온 수행 비서가 백현의 이름을 울부짖는 것을 둘은 듣지 못하였다. 

“그래서, 어딘데. 호텔.”

“아..맞다. 그걸 안 물어봤네.”

그게 지금 이렇게 당당해도 되는 일인가.. 신호에 걸린 틈을 타 백현의 얼굴을 돌아본 찬열의 시선을 마주한 백현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것을 보며 찬열은 기가 찰 따름이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최소 당황하거나, 연락을 취해볼 법한 상황임이 틀림없는데도 백현의 얼굴은 태평해 보였다.

“일단, 그 쪽 호텔로 가지 뭐.”

그의 말에 찬열의 눈썹이 꿈틀댔다. 일단? 되물으려던 말은 신호가 파란 불로 바뀌고 나서는 다시 찬열의 목 뒤로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백현은 이번 출장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 제가 일본으로 출장을 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 ‘일’이라면 철저한 준면이 저를 혼자 보낼리도 없다. 물론 수행 비서를 딸려 보내기는 했으나. 그가 제 일정보다 제 케어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비행기에 오르고 난 후부터 느끼고 있었다. 단순히 저 하나만 달래기 위해서 라면 종인을 같이 보냈을 텐데, 그것도 아닌 걸 보면 어머니 쪽에 그를 붙여둘 생각일 게 뻔했다. 새아버지와 어머니가 재혼을 결정하시기 전부터 종인은 저보다 더 어머니와 잘 지냈으니 말이다. 

출장을 가장한 이번 일정에 대해 대충 눈치챈 뒤에는 호텔로 들어가면 며칠은 쥐 죽은 듯 조용히 지내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출근할 필요도 없겠다. 휴가 얻은 셈 치고. 그런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에서 그 하나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이건 찬열은 물론이고 백현의 계획에도 없었던 일이었다. 백현은 찬열과 눈이 마주친 순간 스스로 다시 세운 새로운 출장 일정에 만족하며 그의 차에 올라탔다. 

 찬열은 제 방 안에 제 트렁크보다 큰 백현이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모양인지 마치 제 방인 듯 소파 위로 자리 잡은 마른 몸을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오늘 스케줄 있어?”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일본에 왜, 무슨 일 때문에 왔는 지에 대해 묻던 백현의 질문에 착실하게 대답해준 덕에 백현은 찬열의 스케줄을 대충 알게 됐다. 다음 주,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며칠의 시간이 남았는지도 손가락으로 세며 확인한 뒤였다.  

“다시 나가봐야 하긴 한데.”

“그럼 기다릴게.”

제 말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바로 이어지는 백현의 말에도 찬열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 타는 걸 막지 않았던 순간부터 어느정도 예상을 했던 것인지 이제는 크게 놀랍지도 않았다. 뭐, 이제 와서 그를 내쫓는 것도 힘들 것 같고.. 혼자 지내게 된 방이 제 생각보다 넓었던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찬열은 이제는 저마저 백현을 닮아간다고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한국에서 몇 번이나 화상회의를 거치고 만난 자리이니 만큼, 짧은 인사를 끝으로 이어진 계약건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단지 아침부터 이어진 일과와 비행, 의도치 않았던 만남의 피로감이 뒤늦게 몰려오는 듯 했다. 호텔로 돌아와 방 문을 열 때까지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혹시 아직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 제 호텔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지나치게 넓은 방 안을 휘적이며 걷는 넓은 보폭이 침실에 다다랐을 때, 넓은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빌딩 숲의 조명 아래 웅크린 작은 몸을 발견했을 때, 찬열은 제가 하던 두 갈래의 질문 중 제가 원하는 것이 어느 것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옷은커녕 속옷 한 장 들고 오지 않은 듯 가벼워 보였던 백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으니 이번에도 그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먼저 챙기지 못했던 제 스스로를 탓해야 했다. 평소 자신의 옷은커녕, 자신의 공간을 침해하는 것에도 불쾌함을 드러내던 그의 성격을 백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침대 위로 등이 닿는 느낌에 백현이 눈을 떴다. 그가 나가고 잠시 방을 둘러보던 백현이 갈아입을 옷은커녕 속옷 하나 챙겨오지 않은 것을 눈치챈 것은 샤워를 하고 나온 뒤였으나, 고민이랄 것 없이 찬열의 옷을 꺼내 입고 소파 위에 앉아 그의 가방에서 발견한 책을 꺼내 읽었다. 그러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소파 위에서 잠들었던 저를 안아든 팔을 느끼며 조금씩 잠에서 깨어난 백현은 제 위에 자리한 찬열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이다 팔을 뻗어 찬열의 목 뒤로 감았다. 저를 내려다보는 눈동자에 의아함이 가득했지만, 백현은 제 팔에 힘을 주어 그를 조금 더 가까이 당겼다. 저를 당기는 힘에 침대를 짚은 팔이 꺾이며 백현의 위로 쏟아지듯 무너진 찬열의 목소리가 바로 백현의 입술 위로 흩어졌다. 

“뭐하는,”

“방 값.”

“뭐?”

침대를 밀어내듯 힘을 주고 버티는 찬열의 얼굴을, 그의 입술을 바라본 백현이 겨우 찬열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키스. .. 처음 해봐?”

“..지금”

“쉿.”

그의 목에 감은 왼팔에 다시 힘을 주며, 오른손으로 찬열의 옷깃을 그러쥔 백현이 눈을 감고 찬열의 입술 위로 제 입술을 눌렀다. 부드러운 감촉에 흠칫 어깨를 떠는 찬열의 행동을 느끼며 푸흐- 입술 새로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뱉어낸 백현의 입술 사이로 찬열의 혀가 파고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흣,”

뜨거운 혀가 제 혀 위로 문질러지는 감각에 손끝이 찌릿한 느낌이었다. 백현이 두 팔로 찬열을 감싸 끌어당김과 동시에 찬열은 완전히 침대 위로 무너져 내렸다. 

“하,”

침대와 찬열의 사이에 갇혀 한참 동안 짙은 키스를 받아내던 백현의 볼 위로 열기가 가득했다. 몇 번을 떨어졌다 붙기를 반복했는지 모를 키스가 이어지고 제 어깨를 밀어내는 힘에 찬열이 숨을 고르며 입술을 떼고 제 아래서 거친 숨을 뱉어내는 백현을 내려다봤다. 

“하아. 너. 하. 키스. 잘하네?”

겨우 마주한 눈동자에는 열기 가득한 물기가 아른거렸다. 

저를 놀리듯 입술 끝을 올리며 뱉어낸 장난스런 목소리에도 찬열의 얼굴은 굳어진 채로 풀리지 않았다. 

“기분 나빴어?”

그럴 리가. 

찬열은 소리없는 대답을 백현의 입술 위로 마주 대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들린 듯 했지만 그 또한 무시했다. 조금 전보다 더 거칠게 파고드는 키스에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급속도로 환기되었다. 뜨거운 숨과 끈적한 소음이 방 안을 가득 채울동안 둘은 자켓을 벗고 서로의 셔츠 단추를 풀어내었다.

제 어깨 위로 백현의 손이 미끄러지듯 닿는 것을 느끼며 찬열은 백현의 셔츠 단추를 뜯어내듯 벗겨내고 턱과 목 위로 입술을 묻었다. 혀를 내어 문지르고 깊게 빨아들이는 행동에 백현은 손끝을 떨며 고개를 젖혔다.  

“흣,”

숨이 가빠 도망치듯 고개를 뒤로 빼내던 백현은 제 뒤로 닿는 푹식한 느낌에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키스를 받아내다 제 몸을 만지는 뜨거운 손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저에 비해 높은 체온은 둘째 치고 제 어깨와 팔, 목을 매만지는 찬열의 손은 크기부터가 달랐다. 제 목과 어깨를 감싼 손이 가슴 위의 정점을 스쳤을 때는 백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하..”

턱 위로 뜨거운 입술이 내려앉았다가 제 볼과 귓가로 뜨거운 숨이 닿았을 때, 가볍게 시작한 키스가 점점 짙어질 때부터 위험함을 감지했던 백현이 허리를 비틀며 고개를 틀었다. 

“흣. 응. 그,그만”

그런 저를 알아채기라도 한 듯, 찬열의 커다란 손이 제 얼굴을 감싸 돌렸다. 저를 내려다보는 뜨거운 시선에 온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짙어지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뒤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잘못 건드린 것 같은데. 도망 칠 곳이 없어진 백현의 손이 하얀 시트를 그러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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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은 백현의 몸 위로 찬열의 어깨가 쏟아졌다. 

쏟아지는 잠에 눈을 꿈뻑이는 백현의 얼굴 위로 찬열의 손이 내려앉았다.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술에 취한 듯 기억을 잃는 것이 가능한지 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약도 술도 제 마음대로 취하며 살았던 백현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창문 너머의 불빛들이 침대 위로 하나의 실루엣을 물들였다. 

 

 


 

 

꿈속에서 그댈 만날수 있다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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